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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오늘] 지하철 바닥에 휘발유 '콸콸'…7초 만에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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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나연 기자I 2026.10.13 23: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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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
60대 남성, 이혼소송 불만에 범행
승객 487명 탑승·6명 부상…징역 12년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2025년 10월 14일 이혼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승객 487명이 탑승한 서울 지하철 5호선 전동차에 불을 지른 6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2025년 5월 3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 당시 전동차 내부에 휘발유를 뿌리고 있는 A씨. (사진=연합뉴스TV)
2025년 5월 3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 당시 전동차 내부에 휘발유를 뿌리고 있는 A씨. (사진=연합뉴스TV)
A씨가 이혼소송을 벌이게 된 사연은 약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7월 22일 주문한 음식의 배달이 늦어지자 화를 냈다. 아들이 이를 지적하자 이번에는 아내가 아들을 나무라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를 이어갔다.

결국 A씨는 그날 저녁 집을 나갔고 이후 아내와 별거하면서 생활비도 지급하지 않았다. 아내 B씨는 이듬해 7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에게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위자료 1000만원과 재산분할금 3억4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 재산분할금이 일부 줄었지만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 유지되자 지하철에 불을 질러 불특정 다수에게 분노를 표출하기로 마음먹었다.

2025년 5월 21일 오후 7시 57분께 A씨는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유소를 찾았다.

그는 오토바이에 주유하려는 손님처럼 가장해 휘발유 3.6ℓ를 현금으로 구입한 뒤 페트병 등에 나눠 담고 토치형 라이터도 준비했다.

이후 A씨는 예금과 보험을 해지하고 펀드를 환매해 마련한 돈 가운데 3억원 이상을 친형에게 송금하는 등 재산도 정리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 당시 역사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A씨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 당시 역사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A씨 모습. (사진=연합뉴스)
범행 전날인 5월 30일에는 휘발유와 라이터를 챙겨 지하철 1·2·4호선을 오가며 범행 장소를 물색했다. 그러나 승객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칠 수 있다는 생각에 실행을 망설이다 집으로 돌아갔다.

같은 날 저녁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이 확정된 가운데 A씨는 변호사에게 성공보수 800만원을 요구받아 지급했다. 이로 인해 소송 결과에 대한 불만은 더욱 커졌다.

A씨는 다음 날인 5월 31일 다시 휘발유와 라이터를 챙겨 지하철 5호선에 탔다. 서대문역까지 갔다가 여의도역으로 돌아온 그는 역 밖에서 약 38분간 범행을 고민한 끝에 오전 8시 39분께 마포역 방면 전동차의 네 번째 칸에 탑승했다.

당시 열차에는 승객 487명이 타고 있었다. 오전 8시 41분께 열차가 여의나루역을 출발하자 A씨는 객실 바닥에 휘발유를 쏟아부었다. 휘발유는 약 6.8m에 걸쳐 퍼졌고 승객들의 옷과 신발에도 튀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전동차 내부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5호선 전동차 내부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놀란 승객들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임신 23주차였던 30대 여성이 휘발유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여성은 벗겨진 신발도 챙기지 못한 채 몸을 피했다.

검찰이 공개한 전동차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A씨는 휘발유를 뿌린 지 약 20초 만인 오전 8시 42분께 불을 붙였다. 불과 7초 만에 객실 안은 연기로 가득 찼다.

검찰은 임신부의 대피가 2~3초만 늦었더라도 몸에 불이 붙을 수 있었던 상황으로 파악했다.

불길은 객실 바닥을 따라 번지며 손잡이와 광고판 등을 태웠고 유독가스도 다른 객실로 퍼졌다.

승객들은 비상핸들로 열차를 멈춰 세우고 소화기로 불을 껐다. 다행히 전동차에 사용된 불연성·난연성 소재가 피해 확산을 막았다.

이 사고로 68세 남성이 연기를 마셔 호흡기에 화상을 입었으며 임신부는 팔과 발 등에 타박상을 입었다. 16세 여고생도 유독가스를 흡입해 호흡곤란과 급성 기관지염 등의 상해를 입었다.

이들을 포함해 승객 6명이 다쳤으며 A씨를 포함한 2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사람은 129명에 달했고 재산 피해는 3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 당시 승객들이 선로 옆 터널 통로를 따라 대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 당시 승객들이 선로 옆 터널 통로를 따라 대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같은 해 6월 25일 A씨를 살인미수와 현존전차방화치상 및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3년간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며 “극히 일부 피해자들을 제외하고는 피해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확정적인 살해의 고의가 없었고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026년 1월 15일 서울고법은 이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징역 12년과 보호관찰 3년이 항소심에서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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