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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중소혁신기업의 성장과 국민 자산형성을 잇는 생산적 금융 정책세미나’에서 김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같은 내용의 BDC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BDC는 일반 투자자도 비상장 중소·벤처기업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도입된 상장형 공모펀드다. 펀드 자산의 60% 이상을 벤처기업 등 주투자대상에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지난 3월 17일부터 제도가 시행됐지만 약 7개월간 설정된 BDC는 신한자산운용의 ‘신한혁신기업성장투자신탁제1호’가 유일하다. 이마저도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설정된 상품으로,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후속 상품 출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BDC가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운용되는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투자자문업자로 등록하면 BDC 운용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국내에서도 당초 2022년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정부안에는 증권사가 운용 주체로 포함됐으나 국회 심사 과정에서 운용·판매 겸업에 따른 이해상충 우려로 제외됐다.
김 연구위원은 “증권사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기업 실사 과정에서 비상장기업을 선별하는 역량을 키웠고, 공모가 산정 과정을 통해 가치평가 역량도 갖추고 있다”며 “신용공여 심사를 통해 비상장기업의 신용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딜 소싱 단계에서는 우량 후보군을 확보하고, 실사·심사 과정에서는 부실기업이나 정보 비대칭이 큰 기업의 편입을 억제할 수 있다”며 “가치평가 단계에서는 고가 매입을 방지하고 사후 관리 과정에서는 손실을 조기에 인지하는 등 운용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사의 이해상충 문제에 대해서는 “증권사 내부통제 기준 등 이해상충 방지 장치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가 투자 이후 기업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 BDC가 투자 기업에 경영 지원과 재무관리 자문 등을 제공하는 관계금융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증권사의 기업금융(IB)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투자 기업의 후속 자금 조달과 경영 지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증권사가 특수목적회사(SPC) 등을 운용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주주 간 계약과 공동대출 등 복합 금융에 적합한 회사형 BDC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 투자 한도 40→50% 확대…레버리지 완화도 제안
BDC의 대출 투자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행 제도에서는 대출 투자가 지분 및 주식연계채권 투자금액의 40% 이내로 제한된다. 김 연구위원은 이를 우선 50%로 확대하고 부실률과 배당 안정성 등을 점검한 뒤 추가 완화를 검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에서는 BDC가 대출 중심의 투자기구로 자리 잡았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국 BDC 투자자산의 76%가 대출로 구성돼 있다.
김 연구위원은 “대출로 운용하면 높은 이자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미국에서는 고배당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며 “지분 투자 중심으로 운용할 경우 기업공개나 인수합병(M&A)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지만, 대출은 만기가 있어 회수 시점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 투자 한도가 확대되면 지분 투자 중심의 성장형 BDC와 대출 이자수익을 기반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인컴형 BDC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레버리지 규제도 장기적인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미국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자기자본의 2배까지 차입을 허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당초 정부안에 포함됐던 차입 특례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제외됐다.
김 연구위원은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투자 재원을 확대할 수 있지만 시장 충격 시 손실이 증폭될 위험도 있는 만큼 제도 시행 이후 수익과 위험 특성을 충분히 점검한 뒤 장기간에 걸쳐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 대출도 어려워”…혁신기업 자금조달 어려움 토로
현장에서는 실제 중소·혁신기업이 겪는 자금조달의 어려움도 제기됐다.
문서 인공지능(AI) 기술기업 로민(Lomin)의 강지홍 대표는 연구개발 비용이 많이 드는 기술기업의 특성상 담보로 활용할 자산이 부족하고 초기 수익을 내기 어려워 은행 대출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AI와 같은 기술 분야는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담보로 제공할 자산을 갖추기 어렵고 초기에는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다”며 “은행 대출과 벤처캐피털(VC) 투자, 정책자금 등이 있지만 실제로 많은 기업에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BDC는 지분 투자뿐 아니라 대출도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 상황에 따라 자금조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은행과 동일한 대출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담보가 부족하더라도 기업의 현금흐름이나 계약 실적 등을 고려해 차별화된 대출 조건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BDC의 투자 대상도 성장 중·후기 기업에 국한하지 않고 보다 초기 성장 단계의 기업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BDC 자금이 기존 벤처펀드 지분 인수 등에 집중되기보다 실제 혁신기업의 신규 성장자금으로 얼마나 유입되는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대출 중심의 BDC가 기존 금융상품과 차별화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강재원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형 BDC가 기존 상품과 무엇이 다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안정적인 배당을 위해 대출형 상품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자금을 필요로 하는 벤처·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성장형 지분 투자에 대한 수요가 크다”고 지적했다.
“동일 기업 투자 한도 개선·비상장기업 평가도 난제”
증권업계에서는 동일 기업 투자 한도와 비상장기업 가치평가 체계에 대한 개선 목소리도 나왔다.
이옥형 유진투자증권 신성장전략투자실 상무는 현행 BDC의 동일 기업 투자 한도가 지분과 대출 각각 10%로 제한돼 있어 기업 성장 단계에 따른 후속 투자에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2022년 금융위 정부안은 지분과 대출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 기업 투자 한도를 20%로 설정했으나 국회 심사 과정에서 기준이 변경됐다.
이 상무는 “전환사채(CB)도 주식으로 전환되면 지분으로 분류되는데, 10% 한도를 두는 것이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데 적절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당초 정부안처럼 지분과 대출을 구분하지 않고 20% 한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상장기업 가치평가의 어려움도 별도의 과제로 제시했다. 비상장기업은 객관적인 시장가격이 없어 평가 방식에 따라 기업가치가 달라질 수 있고, 외부평가기관을 활용하더라도 적정 가치를 산정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상무는 “비상장기업은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기업가치가 달라질 수 있고, 금융당국이 지정한 외부평가기관에서 평가하더라도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비상장기업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발간하거나 관련 플랫폼을 마련한다면 BDC 운용에도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BDC가 벤처캐피털의 기존 투자 지분을 인수하는 등 회수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벤처캐피털이 투자금을 회수해야 신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만큼 BDC를 통해 회수 경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앞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도 중소·혁신기업의 성장 단계에서 모험자본 공급이 부족하다고 진단하며 증권사의 BDC 운용 참여와 퇴직연금·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BDC 편입, 국민성장펀드와의 연계 등을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