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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섬, 퇴임 앞두고 사형수 548명 전원 감형…"국가가 죽일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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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11.06 1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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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역사상 최대 규모 집단 감형
"국가가 승인한 살인, 가치에 안 맞아"
시민단체 환영…검사장은 반발
382명은 주대법원 승인 거쳐야 확정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퇴임을 앞두고 주 내 사형수 548명 전원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하기로 했다. “국가가 도덕적으로 그들을 죽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사진=AFP)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사진=AFP)
“국가 승인 살인, 캘리포니아 가치와 안 맞아”

5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뉴섬 주지사는 이날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헌법상 사면권을 행사해 사형수 548명 전원의 형량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우리는 이 범죄자들이 잊힌 채 생을 마치게 하고, 피해자들은 영원히 기억하고 기릴 수 있게 됐다”고 썼다. 미국 비영리단체 사형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집단 감형이다.

뉴섬 주지사는 “30년 가까이 공직에 몸담으며 정부가 정당하게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국가가 승인한 살인은 캘리포니아의 가치와 맞지 않고, 우리 사법 체계의 근간을 훼손하며, 우리 모두를 초라하게 만든다고 굳게 믿기에 이번 조치를 취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주민이 많다는 것을 알지만 “국가가 도덕적으로 그들을 죽일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또 캘리포니아의 사형 제도는 어떤 기준으로 봐도 “실패”이며, 공정하게 적용되지 않았고 될 수도 없어 무고한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을 어렵지만 “정의로운 조치”라고 표현한 그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주지사로서 법적으로 내릴 수 있고 주가 윤리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형벌이라고 덧붙였다.

뉴섬 주지사는 이번 결정이 일부 주민들을 분노하게 하고 상처를 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며 “언제까지나 마음을 무겁게 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주지사로서 사형 집행 하나하나에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하듯, 이번 결정과 그 영향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나에게 있다”며 “그렇기에 양심을 따르고, 헌법이 허락한 대로 캘리포니아주의 안녕을 위해 이번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6년 이후 집행 없어 ‘상징적’…찬반 엇갈려

이번 조치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캘리포니아는 2006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고, 1978년 주민투표로 사형제가 부활한 뒤 실제 집행된 사례는 13건에 불과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매년 수백만달러의 재판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사형수가 가장 많은 주이며, 뉴섬 주지사는 이미 2019년 사형 집행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548명 가운데 382명에 대한 감형은 캘리포니아주 대법원 판사 7명 중 최소 4명이 승인해야 확정된다고 지역 매체 캘매터스와 뉴스위크는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사형수들이 수감돼 있던 미국 산퀜틴 교도소 전경. (사진=AFP)
캘리포니아주 사형수들이 수감돼 있던 미국 산퀜틴 교도소 전경. (사진=AFP)
반응은 엇갈렸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앤서니 로메로 사무총장은 “이번 감형은 캘리포니아를 너무 오랫동안 짓눌러 온 인종차별적이고 오류투성이이며 비인간적인 형벌을 끝내라는 정의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며 “뉴섬 주지사가 진정한 용기를 보여줬다”고 환영했다.

반면 네이선 호크먼 로스앤젤레스카운티 검사장은 주지사에게 감형 권한은 있지만 사형제를 폐지할 수 있는 것은 주 의회나 유권자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사형제 폐지를 묻는 두 차례의 주민투표에서 모두 가장 중대한 범죄에 대해선 사형제를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고 강조했다.

1996년 성매매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무죄를 주장해 온 키스 둘린(53)의 어머니 도나 라슨은 BBC에 “적어도 사형 집행실이 다시 지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고, 캘리포니아 주민의 이름으로 더 이상 사람을 죽이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대선 거론되는 뉴섬…연방은 사형 부활

이번 결정은 퇴임을 앞둔 뉴섬 주지사가 2028년 대선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나왔다. 그는 연임 제한으로 내년 1월 임기를 마치며, 지난 3일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같은 민주당의 하비에르 베세라가 뒤를 잇는다.

연방 차원에선 흐름이 반대다. 사형제 지지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인 2020년 20년 가까이 이어진 연방 사형 집행 중단을 끝내고 6개월간 13건의 사형을 집행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때 다시 중단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첫날인 지난해 사형 집행을 재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다만 이후 연방 차원의 사형 집행은 아직 없다.

사형정보센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 27개 주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고, 23개 주와 워싱턴DC는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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