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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주목한 것은 근원물가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올라 시장 예상치(0.2%)를 웃돌았다. 7월 상승률은 0.2%였다. 반면 전년 동월 대비 근원 CPI 상승률은 2.4%로 7월(2.5%)보다 낮아졌다.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근원물가의 월간 상승률이 예상을 웃돌면서 시장은 다음 주 금리 인상을 사실상 기본 시나리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CPI 발표 직후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다음 주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약 90%까지 치솟았다. 블룸버그의 WIRP와 WSJ가 인용한 금리선물 모두 인상 가능성을 약 90%로 반영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9월 인상 확률은 CPI 발표 직후 91.6%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85.8%로 다소 낮아졌다.
금리인상 다가오는데…다우 1% 가까이 상승
통상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 주식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날 시장 반응은 달랐다. 뉴욕증시 개장 직후인 오전 9시31분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98% 오른 5만2575선에서 거래됐다. S&P500지수는 0.84% 상승한 7655선, 나스닥지수는 0.79% 오른 2만6286선을 나타냈다. 전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던 뉴욕증시가 근원물가의 예상 밖 상승에도 강하게 반등한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도 초기 매도세는 빠르게 진정됐다. CPI 발표 직후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가 약 5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뛰었지만 이후 상승폭을 반납했다. 장기 국채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10년물 금리는 CPI 발표 전 약 4.94%에서 4.91%로 내려갔고 30년물도 5.337%로 떨어졌다. WSJ는 한두 차례의 연준 금리 인상이 향후 인플레이션 재상승 위험을 억제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신호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시장이 이미 금리 인상에 상당 부분 대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프 슐츠 프랭클린템플턴 인스티튜트 수석 투자전략가는 “주식과 채권 투자자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시작에 상당 부분 대비해왔다”며 CPI 발표 전부터 연방기금금리 선물에 25bp씩 약 3.5차례에 해당하는 긴축이 반영돼 있었던 만큼 이번 지표가 위험자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도 주식시장이 이번 CPI를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라며 투자자들이 이미 다음 주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포지션을 구축해 놓은 상황에서 이번 지표가 이를 확인해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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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CPI가 인플레이션의 전면적인 재가속으로 해석되지 않는 점도 증시에 버팀목이 됐다. 헤드라인 CPI의 월간 상승률이 0.4%까지 높아진 데는 에너지 가격 영향이 컸다. 휘발유 가격은 8월 한 달 새 3.9% 뛰어 전체 CPI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일부 근원물가 상승에도 특이 요인이 있었다. 오마이르 샤리프 인플레이션인사이트 대표는 무선통신 서비스 가격이 5.9% 급등하면서 근원 CPI 월간 상승률을 약 0.1%포인트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준이 특정 항목을 제외하고 물가 압력을 평가하기에는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도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 하락해 배럴당 99.28달러, 브렌트유도 3.1% 떨어진 104.32달러를 나타냈다. 다만 중동 긴장이 이어지면서 두 유종 모두 이번 주 전체로는 약 8% 상승한 상태다.
이제 관심은 ‘인상하느냐’에서 ‘몇 번 올리나’로
시장의 관심도 다음 주 인상 여부를 넘어 그 이후 금리 경로로 이동하고 있다. 시마 샤 프린시펄애셋매니지먼트 수석 글로벌전략가는 “다음 주 금리 인상은 사실상 확정됐다”며 “논쟁은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인지에서 이번 사이클에 궁극적으로 몇 차례 인상이 필요할지로 빠르게 이동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물가 안정을 되찾기 위해 한 차례 이상의 인상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9월 인상을 확정적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연준 내부에서는 금리 인상을 둘러싼 의견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톰 디 갈로마 미슐러파이낸셜그룹 매니징디렉터는 연준이 크게 분열돼 있다며 이번 CPI만으로 다음 주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물가가 계속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10월에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했다.
연준은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전날 발표된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4% 상승한 데 이어 근원 CPI까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9월 금리 인상을 피하기 위한 문턱은 한층 높아졌다. 연준이 현재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간 만큼 정책 결정 전까지 당국자들의 추가 신호도 나오지 않는다. 시장으로서는 이제 9월 인상 자체보다 이번 인상이 일회성에 그칠지, 새로운 긴축 사이클의 시작이 될지가 더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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