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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연호 터진 밴스…이란전쟁엔 말 아끼며 '포스트 트럼프'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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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9.11 23: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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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서 40분 연설…대선후보 수락연설 방불
지지자들 "48" 연호…트럼프 "매우 재능있는 사람"
反개입주의 밴스, 이란전쟁 직접 비판은 피해
전쟁 불만 MAGA 달래며 공화당 지지 호소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48! 48!”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JD 밴스 부통령이 연설하자 객석에서는 숫자 ‘48’을 외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밴스가 2028년 대선에서 승리해 미국의 제48대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는 의미였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이 고전하는 가운데 ‘포스트 트럼프’를 둘러싼 차기 권력 경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국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국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밴스 부통령은 이날 약 40분간 진행한 연설에서 가족과 애국심, 이민, 주택 문제 등을 아우르며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제시했다. 로이터통신은 연설이 때때로 대통령 후보 지명 전당대회 연설을 연상시켰다고 평가했다. 밴스는 지지자들의 ‘48’ 연호가 나오자 당장 2028년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 승리가 먼저라며 공화당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밴스에게 힘을 실었다. 그는 전당대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밴스가 매우 잘했다”며 “매우 재능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차기 대선 후보로 밴스를 지지할지는 여전히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상 3선에 도전할 수 없어 공화당에서는 밴스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이 차기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란전쟁엔 직접 비판 피해…MAGA 균열 봉합 나서

이날 연설에서 더 눈길을 끈 것은 밴스가 이란전쟁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밴스는 오랫동안 해외 군사개입에 반대해온 공화당 내 비개입주의 진영의 대표적 인물이다. 이란과의 전쟁에도 반대해왔다. 그러나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란전쟁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공개적으로 선을 긋지 않았다. 로이터는 밴스가 연설에서 미국의 참전 결정을 비판하거나 자신의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신 그는 암살 1주기를 맞은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를 통해 전쟁에 대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불만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커크는 생전 이란 정권을 전복하기 위한 전쟁에 반복적으로 반대했고 밴스와 가까운 사이였다.

밴스는 “찰리는 전쟁을 싫어했다”며 “우리가 한 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커크 측 사이의 의견 차이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라며 “목욕물과 함께 아기까지 버리지 말라”고 호소했다. 이란전쟁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공화당 자체를 버리지는 말라는 메시지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밴스의 이 같은 발언이 커크의 열성 지지층이었던 젊은 남성들에게 이란전쟁에 화가 났다는 이유로 공화당을 포기하지 말라고 호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란전쟁은 백악관의 약점이자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의 실질적인 취약점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밴스는 보다 직접적으로는 정책에 대한 이견과 공화당 지지를 분리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TV를 보는 사람 가운데 우리에게 항상 확신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며 “행정부의 모든 정책에 동의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급진주의자들과 우리의 차이, 지난 18개월 동안 이룬 성과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밴스가 처한 정치적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외국 전쟁에 대한 반대와 경제적 포퓰리즘을 앞세워 성장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부통령으로서 장기화하는 이란전쟁과 거리를 두기도 쉽지 않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밴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전쟁에 나서지 말 것을 조언했으며, 전쟁 장기화가 자신이 오랫동안 경고했던 해외 군사개입의 정치·현실적 위험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이란전쟁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트럼프 행정부와 거리를 두는 것을 피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국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JD 밴스 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국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JD 밴스 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에 충성하며 후계자 부상…쉽지 않은 줄타기

밴스가 이란전쟁에 말을 아끼는 배경에는 2028년 대권 구도도 있다. 현재 밴스는 현직 부통령인 데다 공화당의 전국 재정위원장(national finance chairman)을 맡아 당의 주요 후원자들과 접촉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최근에는 햄프턴과 실리콘밸리 등에서 자금 모금에 나서는 등 정치적 기반도 넓히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전당대회 연설을 밴스를 잠재적인 2028년 대선 후보로 소개하는 사실상의 ‘프라임타임 데뷔 무대’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후계자’라는 지위는 동시에 밴스의 가장 큰 제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았고 지난달에는 자신이 후원자들에게 2028년 밴스를 지지하라고 했다는 보도도 직접 부인했다. 밴스로서는 트럼프에게 충성하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보여줘야 하고,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2028년을 준비해야 하는 셈이다.

이란전쟁은 이 줄타기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사안이다. 밴스의 정치적 뿌리인 비개입주의와 자신이 계승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전쟁 장기화와 유가 상승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과 공화당의 중간선거 전망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날만큼은 밴스가 ‘트럼프 이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WSJ은 약 40분간의 연설이 끝났을 때 청중이 처음으로 공화당의 미래를 바라보는 듯했다고 전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는 밴스에게도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을 지켜낸다면 MAGA 운동을 계승할 유력 주자로서 밴스의 입지는 한층 탄탄해질 수 있다. 반대로 패배할 경우 이란전쟁과 생활비 상승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포스트 트럼프’의 노선을 둘러싼 당내 경쟁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국 중간선거 전당대회에 지지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국 중간선거 전당대회에 지지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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