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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中심] ‘저비용 신화’ 딥시크는 왜 빅펀드 앞에 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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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연 기자I 2026.05.08 14:28:03

기업가치 73조 평가...4~6조원 조달 계획
중국 반도체 정책자금·텐센트 투자 참여 검토
AI 경쟁력, 저비용에서 반도체·인프라로

세계 최대 생산기지이자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인 중화권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자본시장의 시선이 향하고 있습니다. ‘자본中심’ 은 중국과 중화권 자본시장 소식을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상하이·선전의 본토 시장부터 홍콩의 달러 유동성 창구, 대만의 반도체 밸류체인까지 중화권을 관통하는 자금의 흐름을 짚고,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중화권 시장의 현재 온도와 방향을 담습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미국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 공식을 흔들었던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이제는 중국 국가자본의 투자 테이블에 오르고 있다. 적은 비용과 제한된 연산 자원으로 고성능 모델을 내놓으며 ‘저비용 AI’의 상징이 됐지만,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모델 개발에서 반도체·컴퓨팅 인프라·인재 확보전으로 넓어지면서 딥시크도 자본 집약형 경쟁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이번 첫 외부 투자 유치 논의는 딥시크 한 기업의 자금 조달을 넘어, 중국이 AI 모델 기업을 반도체 자립 전략의 연장선에서 키우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첫 외부 투자 유치에 본격 나섰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기업가치는 최대 500억달러(73조 1800억원) 조달 규모는 30억~40억달러(4조~5조 8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 후보로는 중국 국가 AI 산업투자펀드와 텐센트 등이 언급된다. 국가 AI 펀드는 중국이 반도체 자립을 위해 조성한 중국의 국가 정책자금으로, 이른바 ‘빅펀드’로 불리고 있다.

이번 논의가 주목받는 것은 딥시크가 그동안 외부자금과 거리를 둬온 기업이기 때문이다. 딥시크는 창업자 량원펑이 세운 퀀트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High-Flyer)의 자금으로 운영돼 왔다. 하이플라이어는 주식 투자 모델 고도화를 위해 일찍부터 AI와 고성능 연산 인프라에 투자했고,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가 본격화되기 전 엔디비아 A100 그래픽처리장치를 무려 (GPU) 1만개 안팎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금력과 인프라로 딥시크는 대형 플랫폼 기업이나 벤처캐피털(VC) 자금에 기대지 않고도 대규모 언어모델(LLM) 개발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이다

량원펑이 외부 투자를 피해온 것은 단순히 자금 여력이 있어서만은 아니었다. 그는 딥시크를 수익화를 목표로 하는 AI 서비스 기업이라기 보다는, 기초 모델을 파고드는 연구조직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해왔다. 그는 지난 2024년 중국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단기 자금조달 계획은 없으며, 딥시크가 마주한 병목은 돈보다는 고성능 칩 수출 통제"는 취지로 언급했다. 대형 자본을 받아 빠르게 돈을 벌고 사업 확장을 서두르기보다, 제한된 연산 자원 안에서 모델 효율을 끌어올리는 쪽에 무게를 둔 것이다.

딥시크가 지난해 1월 공개한 R1 모델은 이 같은 운영 방식이 시장에 각인된 계기였다. 당시 미국 오픈AI와 구글, 앤스로픽 등은 막대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 투자를 앞세워 AI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반면 딥시크는 상대적으로 낮은 개발비와 제한된 칩 환경에서도 고성능 추론 모델을 내놓으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계산을 흔든 것이다.

딥시크 AI 앱은 미국 애플 앱스토어 등장하자 마자 챗GPT를 제치고 무료 앱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 예상치 못한 복병의 등장에 AI 인프라 투자 기대에 올라 있던 미국 기술주들은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엔비디아는 만 하루 만에 시가총액 5930억달러(868조원)가 증발했고, 나스닥지수는 3% 넘게 밀렸다. 당시 딥시크 R1은 단순한 중국 AI 모델 출시를 넘어, 막대한 자본 투입을 전제로 한 미국식 AI 투자 논리에 균열을 낸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번 투자 유치 논의는 딥시크의 저비용 AI 서사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경쟁은 단순한 모델 성능 비교에서 연산 인프라, 반도체 접근성, 인재 보상 체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복잡한 업무를 스스로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 모델은 기존 챗봇보다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한다. 시장에서 딥시크가 이번 투자로 조달하게 될 자금을 컴퓨팅 역량 확대와 인적자원 확보에 본격적으로 집중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는 이유다.

중국 내 경쟁 환경도 달라졌다.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 대형 플랫폼 기업은 자체 모델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 미니맥스, 문샷AI 등 AI 스타트업도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며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딥시크 역시도 기술력만으로 독립 노선을 유지하기에는 인프라와 인재 확보 부담이 커진 셈이다.

자본시장 관점에서 더 큰 의미는 투자 주체에 있다. 이번 라운드에서 리드 투자자로 거론되는 국가 AI 펀드는 단순 재무적 투자자라기보다 중국의 기술자립 전략과 연결된 자금이다. 특히 반도체 빅펀드 계열 자금이 AI 모델 기업 투자로 연결될 경우 중국은 칩, 연산 인프라, 대형언어모델을 하나의 전략산업 체계로 묶는 구조를 강화하게 된다.

미국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등 빅테크와 클라우드 기업이 AI 투자를 끌고 간다. 반면 중국은 국가성 산업펀드와 플랫폼 기업, 국산 반도체 공급망을 결합해 AI 생태계를 키우는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딥시크 투자 논의는 이런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민간 기술기업의 펀딩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반도체 자립과 AI 모델 경쟁을 함께 밀어 올리려는 중국식 산업정책이 깔려 있다.

중국의 경우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이후 자국산 AI 칩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왔다. 딥시크가 최근 공개한 V4 모델을 화웨이 어센드(Ascend) 칩에 맞춰 조정한 것도 이 흐름과 연결된다. 이전 모델에서 엔비디아 기술진과의 협력이 부각됐다면 새 모델에서는 화웨이 등 중국 내 공급망과의 협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딥시크의 외부 투자 논의가 단순한 현금 확보가 아니라 중국산 AI 인프라 확대와도 연결되는 배경이다.

딥시크는 저비용 고성능 모델로 미국식 AI 투자 논리에 균열을 냈던 기업이다. 그러나 딥시크가 마주한 다음 경쟁은 더 낮은 비용으로 더 좋은 모델을 만드는 차원을 넘어섰다. 고성능 칩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더 큰 연산 인프라를 구축하며, 핵심 인력을 붙잡아야 하는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 국가자본이 딥시크의 투자자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이 같은 변화가 깔려 있다. 중국 AI 산업은 개별 모델의 성능 경쟁에서 반도체와 자본, 인프라가 함께 움직이는 산업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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