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장기투자 강조하더니 인력은 줄인다…비자 CEO 매키너니의 결단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성주원 기자I 2026.07.28 22:43:56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인력 7% 감원 발표, 석달 전엔 "장기투자" 강조
스테이블코인·에이전틱 커머스 "6년 보는 베팅"
페이팔·블록도 감원…AI가 만든 결제업계 풍경
AI, 인력 감축 근거이면서 신사업 확장의 근거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라이언 매키너니 비자 최고경영자(CEO)는 28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인력의 7%인 약 26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감원 이유로는 “효율성을 높여 가장 잠재력 있는 기회에 재투자하겠다”는 점을 들었다.

라이언 매키너니 비자 최고경영자(CEO) (사진=비자)
라이언 매키너니 비자 최고경영자(CEO) (사진=비자)
매키너니 CEO는 불과 석 달 전 실적 발표 때는 정반대에 가까운 메시지를 냈다. 스테이블코인과 에이전틱 커머스(AI 에이전트가 사람 대신 결제하는 방식) 투자에 대해 그는 “당장 6개월이 아니라 앞으로 6년에 걸쳐 성과를 낼 수도 있는 투자”라고 설명했다. 지금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계속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지 얼마 안 돼 인력부터 줄인 셈이다.

기술·제품 부문, 줄이면서 동시에 키운다

비자가 밝힌 감원 대상은 기술·제품 부문이다. “인공지능(AI)이 반복 업무를 줄이고 제품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회사 설명과 일치한다. 문제는 매키너니 CEO가 지난 4월 실적 발표에서 밝힌 투자 계획도 같은 부문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비자의 부가가치 서비스 매출이 전체의 약 30%를 차지하며, 이 사업들은 거래·카드·계정에 연동돼 있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갖고 AI로 더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AI를 인력 감축의 근거이자 신사업 확장의 근거로 동시에 제시한 것이다. 이는 기술 부문 내에서 기존 업무를 줄이는 대신 신사업 업무를 늘리는 재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2Q 매출 17% 증가 호실적 속 신사업 베팅

비자가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는 성장 둔화에 대한 대비로 풀이된다. 비자는 지난 4월 발표한 2026회계연도 2분기 실적에서 ‘순매출 112억달러(약 16조3440억원),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이후 가장 빠른 성장률이다. 매키너니 CEO는 당시 이같은 실적을 발표하며 “소비자·상업·자금이동 부문의 모멘텀이 강하며, 이는 에이전틱 커머스와 스테이블코인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카드 결제 사업만으로는 현재 수준의 성장률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비자는 160개가 넘는 스테이블코인 연동 카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관련 결제액은 2분기에 전년 대비 200% 가까이 늘었다. 금융기관 고객 간 스테이블코인 정산 규모도 연환산 70억달러 수준으로, 한 분기 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지만,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투자를 지속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비자 카드 모습 (사진=로이터)
비자 카드 모습 (사진=로이터)
카드 인력이 블록체인 정산까지 맡을 수 있을까

결국 매키너니 CEO의 선택은 모순이라기보다 기존 카드 사업 인력을 줄여 신사업 인력으로 옮기는 ‘재배치’ 전략에 가깝다. 그는 비자를 “결제 분야의 리딩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인프라를 초고속으로 확장하는 사업자)”로 규정하며, 이미 9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정산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다만 이런 재배치 전략이 실제로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또다른 문제다. 카드 결제 시스템을 다루던 인력이 곧바로 블록체인 정산 시스템을 맡을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경우 회사가 “재투자”라고 표현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기존 인력 감원과 신규 인력 채용이 별도로 진행되는 것에 가까울 수 있다.

페이팔 20%·블록 4000명 감원과 다른 점은

같은 시기 다른 핀테크 기업의 감원과 비교하면 비자의 결정이 갖는 성격이 좀 더 분명해진다. 페이팔은 지난해 말 기준 2만3800명이던 인력 중 약 20%인 4760명을 향후 2~3년에 걸쳐 감원한다고 밝혔다. 새 CEO 부임 후 최소 15억달러 규모의 연간 비용 절감을 목표로 내건 조치다.

블록 역시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올해 초 약 4000명을 감원했으나, 지난 3월 이후 일부 인력을 엔지니어링·채용 등 핵심 직무에 다시 채용하기 시작했다. 전·현직 직원들은 “AI로 대체할 수 없는 업무가 분명히 있다”고 전했다. 블록의 사례는 AI를 근거로 한 감원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 선례에 해당한다.

비자의 감원 규모(7%, 약 2600명)는 페이팔(20%)보다 작다. 이는 비자가 성장 정체에 대응하는 방어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두 자릿수 성장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인력 구조를 조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두 회사의 사례와 차이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늘 실적발표 주목

관건은 비자가 블록과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느냐다. 확실한 수익을 내는 카드 결제 인력을 아직 손익분기점에 이르지 않은 스테이블코인·에이전틱 커머스 사업으로 옮기는 과정이 얼마나 매끄럽게 진행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비자는 이날 미국 증시 마감 후 2026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스테이블코인·에이전틱 커머스 관련 매출이나 진행 상황에 대한 구체적 수치가 추가로 공개되는지가 이번 감원 결정의 성패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국제공급망박람회(CISCE)의 비자(Visa) 부스에서 한 남성이 앉아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6월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국제공급망박람회(CISCE)의 비자(Visa) 부스에서 한 남성이 앉아 있다. (사진=로이터)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