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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아이비’는 그의 본명이 아니다. 본명은 박은혜. 데뷔를 앞두고 새롭게 얻은 이름이었다. 그 유래를 두고도 여러 이야기가 따라붙었다. 담쟁이덩굴(Ivy)처럼 ‘치명적인 매력’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부터, 당시 인기 가수 비를 빗대 ‘여자 비’, 즉 ‘I am 비’를 한글로 읽었다는 설명도 있었다. 미국 명문대를 일컫는 ‘아이비리그’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에서 따왔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지 20여 년. 아이비는 이제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인 뉴욕 브로드웨이에 그 이름을 올렸다. 지난 17일부터 뉴욕 앰배서더 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시카고’의 주인공 록시 하트로 무대에 서고 있다. 20대에는 가수로, 30대에는 뮤지컬 배우로 자신의 이름을 새겼던 그가 40대에는 브로드웨이 주역이 돼 제대로 ‘이름값’을 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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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의 20대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그 자체였다. ‘유혹의 소나타’ 등을 연이어 히트시킨 2007년에는 각종 음악 시상식에서도 잇달아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데뷔 2년 만에 정상급 여성 솔로 가수로 올라서며 ‘아이비’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하지만 아이비의 무대는 가요계에 머물지 않았다. 2010년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가수로서는 이미 정상에 올라본 그였지만 뮤지컬에서는 신인이었다. ‘가수 아이비’라는 이름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무대에서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 시작됐다.
아이비에게 결정적인 작품이 된 것은 2012년 처음 만난 ‘시카고’였다. 그가 맡은 록시 하트는 스타를 꿈꾸는 코러스 걸로, 내연남을 살해한 뒤 언론의 관심을 이용해 유명세를 얻으려 하는 인물이다. 노래와 춤은 물론 능청스러운 연기와 관객을 사로잡는 스타성까지 요구하는 배역이다. 가수 시절부터 노래와 춤, 퍼포먼스를 두루 보여준 아이비의 장점과 맞아떨어졌다.
한 번의 출연으로 끝날 것 같았던 록시와의 인연은 10년 넘게 이어졌다. 아이비는 2012년부터 2024년까지 ‘시카고’ 6개 시즌에 참여해 약 600회 록시를 연기했다. 20대의 아이비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가 ‘유혹의 소나타’였다면, 30대 이후 배우 아이비를 설명하는 이름은 ‘록시 하트’였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이력도 차곡차곡 쌓였다. ‘아이다’ ‘위키드’ ‘고스트’ ‘지킬 앤 하이드’ 등 굵직한 대형 작품에서 주역을 맡으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인기 가수가 잠시 뮤지컬 무대에 외출한 것이 아니라 10년 넘게 작품을 이어가며 자신의 두 번째 직업으로 만들어낸 셈이다.
40대에 이뤄낸 브로드웨이 진출은 단순히 ‘한국 배우가 미국에서 공연한다’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현지 프로덕션 ‘시카고’에 직접 합류해 현지 배우들과 같은 무대에서 주인공 록시 하트를 연기한다. 한국 배우가 브로드웨이 ‘시카고’에서 록시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비는 지난 17일 첫 공연을 마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엄마 나 브로드웨이 전광판에 떴어”라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공연 전에는 “첫 주연작이자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인 록시 하트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게 돼 영광스럽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데뷔 당시 ‘치명적인 매력’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담아 지었다던 이름 ‘아이비’. 가요계에서 시작한 그 이름은 어느덧 브로드웨이까지 닿았다. 어쩌면 아이비의 진짜 ‘이름값’은 이제부터 시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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