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공식화하자 회사채 시장이 급격한 ‘빙하기’로 접어들고 있다. 기업들이 마주한 자금 조달 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가운데, 자칫 회사채 발행 시장의 기능 자체가 멈춰 서며 시장 전체가 고사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짙어진 매파 색채에…기대 접은 정책 지원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전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한 가운데,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는 ‘금리 인상’ 문구를 명시하며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회사채 시장에서 이미 금리인상을 선반영해 조달 비용이 수용 한계치까지 가파르게 치솟은 상태임에도, 강경한 추가 인상 시그널이 더해지면서 조달 환경이 더욱 척박해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중앙은행 차원의 지원마저 기대하기 어려워진 점도 부담이다. 신현송 총재는 금리 인상기 채권시장 안정 조치의 유효성을 묻는 질문에 “시장 기대나 포지션이 너무 치우쳐서 가끔 시장이 망가지는 때가 있다”며 “원칙적으로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 안 할 때는 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못을 박았다. 추가 인상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당분간 정책적 뒷받침 없이 압력을 견뎌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미 회사채 시장은 지난해부터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을 크게 압박하고 있다. 발행 금리 자체가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데다, 비우량채의 경우 대규모 미매각에 따른 낙인 효과 공포까지 겹치면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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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평가(034950)에 따르면 전날 기준 BBB- 등급 회사채 금리는 10.18%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에 완전히 안착했다. 이는 불과 반년 전인 지난해 11월 28일(9.22%)과 비교해 96bp(1bp=0.01%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금리 상승 압박은 비우량채만의 문제가 아니다. 초우량 등급인 AAA급 회사채 금리 역시 같은 기간 3.27%에서 4.17%로 치솟았고, AA- 등급도 3.46%에서 4.38%로 동반 상승했다. 신용 등급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시장 전반의 조달 비용이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선 셈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금리 추가 상승을 비롯한 불확실성 확대로 매입한 채권 가격이 내려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투자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채권은 발행 시 확정된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상 시중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를 주는 기존 채권의 매력이 떨어져 가격이 하락하는 특성이 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이미 담아둔 회사채가 많은 상황에서 저점이라 생각해 추가로 매입하면 회사채 금리가 또 올라 채권 가격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너무 커 각 하우스에서도 고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1000조 육박한 단기 시장…장기 조달과 대비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채 발행을 포기하고 은행 대출이나 단기채 시장 등 대안 창구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조달 비용 부담과 미매각 위험을 동시에 감수하느니 차라리 금리 협상이 가능한 은행 문을 두드리거나, 반도체 머니가 몰리며 상대적으로 수요가 살아있는 단기채 시장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본드웹에 따르면 지난 27일까지 발행된 기업어음(CP)과 전단채는 총 95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CP 발행액은 198조원에서 224조원으로 늘었고, 전단채는 436조원에서 725조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평시라면 금리 인상 우려가 선반영됐다고 보고 매수 타이밍을 저울질하겠지만, 중동발 인플레이션과 고환율 등 대내외 악재가 겹쳐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상황”이라며 “단기채 중심의 대안 시장으로 자금이 겉돌면서 당분간 회사채 시장을 찾는 기업의 발길은 예년 같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기업들이 발행을 포기하고 시장을 외면하기 시작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발행 물량 자체가 완전히 말라붙게 된다”며 “조달 환경 악화가 발행 시장의 유동성 고사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초입에 서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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