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서바이벌→좀비…'흑백요리사' 흥행 넷플릭스, 예능 세계관 확장[스타in 포커스]

최희재 기자I 2024.12.07 07:00:00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드라마, 영화를 넘어 예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예능으로 글로벌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다양한 소재로 시청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시즌제 IP(지식재산권) 확보를 통해 예능 콘텐츠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넷플릭스가 예능에서도 참신하고 꾸준한 시도를 통해 ‘잘하는’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향후 K예능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넷플릭스)
◇‘흑백요리사’로 입증한 가능성

넷플릭스는 지난 9월 공개한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으로 글로벌 대성공을 거뒀다. 흑수저와 백수저로 대비되는 두 팀의 경쟁 포맷, 뛰어난 요리 실력의 100인의 셰프와 역대급 규모의 세트 등이 글로벌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집계에 따르면 ‘흑백요리사’는 첫 공개 이후 3주 연속 비영어 TV쇼 부문 1위에 등극했다.

벨라 바자리아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지난달 18일 미국 LA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쇼케이스에서 비영어권 콘텐츠의 인기가 글로벌로 빠르게 확산한 성공 사례로 ‘흑백요리사’를 꼽으며 “‘흑백요리사’가 한국은 물론 아시아와 미국, 프랑스 등에서도 시청자를 끌어모았다”고 언급했다.

(사진=넷플릭스)
◇대표 예능 시즌제로… 세계관 넓힌다

‘흑백요리사’에 앞서 ‘솔로지옥’, ‘피지컬: 100’이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했다. 2021년 첫선을 보인 ‘솔로지옥’은 커플이 되어야만 ‘지옥도’를 나갈 수 있다는 설정의 연애 서바이벌로, 넷플릭스 한국 예능 최초로 글로벌 TV쇼 비영어 부문 10위권에 진입해 화제를 모았다. 2023년 첫 공개된 ‘피지컬: 100’은 넷플릭스 한국 예능 콘텐츠 중 처음으로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비영어 부문 1위에 등극했다. 올해 공개한 시즌2 또한 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으며 87개국 톱10에 진입했다. 두 시즌 연속으로 1위를 달성한 것은 ‘피지컬: 100’이 최초다.

서바이벌의 생존, 경쟁, 성장 키워드는 문화적 차이를 넘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다. ‘솔로지옥’과 ‘피지컬: 100’은 흥행의 척도인 시즌제를 성공시키며 넷플릭스의 대표 예능 IP로 자리 잡았다.

서바이벌 장르로 재미를 본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 사전 검증된 ‘K좀비물’을 예능에 접목하며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국내 최초 좀비 예능인 ‘좀비버스’가 그 예다. 시즌1은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중동 등 36개국에서 톱10에 진입하며 성과를 냈고, 이는 시즌2로 이어졌다.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서비스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좀비버스2’는 11월 27일 기준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홍콩 등 5개국에서 톱10 리스트에 올랐다.

◇“트렌드·자본력 강점이지만… 지속성 고민해야”

넷플릭스는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이라는 강점과 자본력을 활용해 기존 방송국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다양한 소재와 규모의 예능을 선보이며 국내 OTT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예능은 드라마와 영화에 비해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는 데다 투자 대비 효과, 일명 가성비가 좋은 콘텐츠다. 기존 예능이 고정 시간대와 한정된 제작비에 맞춰 제작되는 것과 달리, 넷플릭스는 시공간과 자본의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또한 인기 IP를 만들어낸 전·현직 방송국 PD들과의 꾸준한 협업을 통해 예능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개 기간이 짧고, 에피소드를 일괄 공개해 화제성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좀비버스’를 연출한 박경진·문상돈 PD는 최근 인터뷰에서 “시즌2를 위해서 1년 3개월을 준비했는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건 공개 후 2주 정도”라며 “시즌제로 자리를 잡았다면 감사한 일이지만 계속 진행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넷플릭스 예능은 취향 특화적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지만 금방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난다는 한계도 존재한다”며 “지속적으로 트렌드를 끌고 가는 예능을 만들기 위해선 소재의 쓰임은 물론 공개 방식이나 작품 길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