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허수봉의 시대...현대캐피탈 독주 이끄는 토종 에이스

이석무 기자I 2025.01.13 00:00:00
현대캐피탈 허수봉이 강스파이크를 때리고 있다. 사진=KOVO
현대캐피탈 허수봉. 사진=이석무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명실상부 남자 프로배구는 현대캐피탈의 ‘토종거포’ 허수봉(26·196cm)의 시대다.

허수봉은 13일 현재 공격성공률 55.71%로 쟁쟁한 외국인선수들을 제치고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득점 부문에선 348점으로 전체 4위이자 국내 선수 중 1위다. 기록적인 부분에서 외국인선수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수치다. 1·2라운드 최우수선수(MVP)도 그가 독차지했다.

소속팀 현대캐피탈은 허수봉의 맹활약에 힘입어 최근 11연승을 달리고 있다. 올 시즌 18승 2패 승점 52를 기록, 2위 대한항공에 승점 10점 이상 앞서있다. 이변이 없는 한 정규시즌 1위는 떼놓은 당상이다.

현대캐피탈은 최근 4시즌 동안 ‘봄 배구’에 딱 한 번 진출했다. ‘배구 명가’라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올 시즌은 완전히 달라졌다. ‘적수가 없다’는 표현이 딱 맞다. 그 중심에는 주공격수에 ‘주장’까지 맡고있는 허수봉이 있다.

허수봉은 2016년 열린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대한항공에 지명됐다. 당시 그의 나이 18세세. 고교생이 프로배구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된 것은 그가 최초였다.

지명되자마자 현대캐피탈로 트레이드 된 허수봉은 팀의 세심한 관리를 받으며 무럭무럭 성장했다. 당시 남자배구 에이스였던 문성민의 뒤를 이을 차세대 토종 거포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허수봉은 지난 시즌까지 뭔가 아쉬웠다. 능력을 100% 보여주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고교 시절까지 아웃사이드 히터(왼쪽 공격수)를 맡았지만 프로에선 팀 사정에 따라 아포짓 스파이커(오른쪽 공격수), 미들블로커(센터) 등 포지션을 자주 옮겼다. 위치가 애매한 선수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올 시즌 필립 블랑(프랑스) 전 일본대표팀 감독이 현대캐피탈 지휘봉을 잡은 뒤 허수봉에게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를 붙박이로 맡겼다. 다소 불안한 리시브는 세부 전술을 통해 다른 선수들과 부담을 나눴다. 마음껏 공격에 집중할 수 있게 되자 잠재력이 완전히 폭발했다.

허수봉은 “아웃사이드 히터를 계속 맡으면서 훨씬 편해졌다”며 “요즘 배구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허수봉은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한다. 좋은 예가 서브다. 그는 올 시즌 세트당 평균 서브득점이 0.47개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0.23개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허수봉은 “더 강한 서브를 고민한 끝에 서브 타이밍에 변화를 주자고 생각했다”면서 “예전에는 공을 올리고 떨어질 때 때렸다면 지금은 올라갈 때 히팅을 한다. 그러다보니 공이 네트 위로 더 낮게 깔리면서 상대가 받기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허수봉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그는 이미 2016~17, 2018~19시즌 현대캐피탈에서 챔프전 우승을 맛봤다. 하지만 그때는 웜업존에 서 있는 백업멤버였다. 코트 위에서 온전히 우승 감격을 느끼지 못했다.

특히 2022~23시즌 챔프전에선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하고도 대한항공에 3연패 한 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때 이후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더 커졌다.

허수봉은 “지금 현대캐피탈은 어느 선수가 들어가도 우리 것만 잘 하면 못 이길 팀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승하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크다.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반드시 목표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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