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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잡음' 체육단체 선거, 이대로 안된다...제도 바꿔야

이석무 기자I 2025.01.17 00:00:02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체육 대통령’으로 불리는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대이변 속에 마무리됐다. 유승민(42) 전 대한탁구협회장은 지난 14일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가장 많은 표를 얻어 3선에 도전했던 이기흥(69) 현 회장을 제치고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선거 결과와 별개로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각종 체육단체장 선거 과정에서 잡음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가장 몸살을 앓는 곳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다. 당초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지난 8일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허정무 후보 측이 제기한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선거 하루 전 전격 연기됐다.

법원은 후보자들이 선거인단 추첨이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확인할 수 없었던 점, 추첨에 앞서 대상자들로부터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지 않은 점, 이 때문에 21명이 선거인단에서 제외된 점 등이 선거의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축구를 비롯해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들은 회장 선거인단 추첨 전에 예비 선거인단 명단을 작성한다. 예비 선거인단이 되기 위해선 협회 선거운영위원회에 사전에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해야 한다. 이에 동의를 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추첨을 진행하게 된다.

그런데 선수, 지도자가 15만 명이 넘는 거대 단체인 축구협회는 이들 모두 동의서를 미리 받고 추첨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선 추첨, 후 동의’라는 변칙적인 방식을 취했지만 법원이 이를 문제 삼았다.

예비선거인단 구성 논란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도 드러났다. 선거인단에 선정되고도 등록 정보가 잘못돼 제대로 통지받지 못하고 누락된 사례가 다수 드러났다. 심지어 선거인단에 사망자와 비체육인, 입영자까지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방식의 후진성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전국에서 뽑힌 선거인단 2244명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 모여 투표하는 방식이다. 마치 1980년대 장충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뽑았던 것과 비슷하다.

선거인단 가운데 상당수는 이동, 일정 등의 부담 때문에 투표에 직접 참석하지 못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음에도 투표율이 절반 조금 넘는 53.9%에 그친 것도 현실적인 이유가 컸다.

지방에 거주하는 한 지도자는 “겨우 150분 동안 진행되는 투표에 참석하기 위해 만만치 않은 비용을 들여 최소 하루 이상 시간을 빼야 한다”며 “이 같은 선거 방식이면 지방에 있는 체육인들은 투표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기회에 체육 단체장 선거 방식 및 선거인단 구성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투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선거인단의 투표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대한체육회는 그동안 투표의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온라인 투표 도입에 반대했다”며 “하지만 이미 온라인 투표는 우리 사회에서 표준이 된지 오래다. 일부 문제가 있다면 체육인 스스로 개선점을 찾으면 될 문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선거인단 관리도 지금처럼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보다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체육단체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별도의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밖에도 정책토론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후보를 검증하고 장단점을 비교하기 힘든 문제도 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한 차례 토론회가 열렸지만 2차 토론회는 일부 후보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나마 축구협회장 등 종목단체장 선거는 토론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해야 할 근거가 없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도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는 “선거 제도는 무조건 개편해야 한다. 모두가 현장 중심의 행정을 해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지금 투표 방식은 현장 중심이 아니다”며 “해외에 있는 선수도 투표가 가능하게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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