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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싸움’으로 비유됐던 2036년 하계 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지 경쟁에서 ‘다윗’ 전라북도가 이겼다.
전북은 지난 달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대의원 총회에서 49대 11의 압도적인 표 차로 서울시를 따돌리고 2036 하계올림픽 유치 후보지로 낙점됐다. 패색이 짙은 9회말 2아웃에 터진 ‘역전 만루홈런’과 같은 승리였다. 서울이 먼저 2036 하계올림픽 유치 의사를 밝힌 뒤 뒤이어 전북이 유치전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모든 이들은 서울의 무난한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서울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이미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다. 스포츠시설을 비롯해 교통·숙박 등 모든 인프라도 이미 잘 갖춰져 있다. 무엇보다 인천국제공항 및 경기장 간 이동 거리가 1시간 이내라는 강점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전북은 불리함을 ‘지방 도시 연대’라는 명분으로 극복했다. 올림픽을 유치하면 전북에서 모든 경기를 여는 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분산개최한다는 계획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를 테면 △육상 경기는 대구(대구스타디움) △양궁은 광주(국제양궁장·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테니스는 충남 홍성(충남 국제테니스장)과 충북 청주(청주다목적실내체육관) △비치발리볼은 전남 고흥(남열해돋이해수욕장) 등에서 여는 식이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직접 나선 프레젠테이션(PT) 영상에 홍준표 대구시장이 깜짝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홍 시장은 육상 경기가 대구에서 열리는 만큼 영호남 화합에 기여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여기에 김 도지사가 투표권을 가진 올림픽 37개 종목 대의원을 직접 만나 개최 당위성을 홍보하고 전북의 강점을 홍보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김 도지사는 “누군가는 이변 혹은 기적이라고 말하지만 우리 도민의 도전 정신과 헌신, 열정이 이뤄낸 당당한 성취이자 빛나는 성공”이라며 “연대와 화합의 올림픽, 균형발전의 올림픽, 지속 가능한 문화올림픽을 세계에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전북은 곧바로 전남, 광주, 충남, 충북, 대구 등 연대 도시와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정부 심의, 국내 승인 절차도 신속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인 서울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가능성도 열어놓은 상태다. 실제로 전북이 치열한 유치 경쟁 관문을 뚫고 2036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최종 결정되기 위해선 서울의 도움이 절실하다. 서울은 이미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을 가진데다 모든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제도시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투표 결과가 나온 뒤 전북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그동안 서울이 쌓아온 IOC 관련 접촉 채널과 네트워크를 통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밝혔다.
정강선 전북체육회장도 “본선에서 다른 나라들과 경쟁해 2036 올림픽을 우리나라에 유치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국내 유치를 위해 서울시와 협력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찾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북이 국내 유치 지역 후보가 됐다고 해서 올림픽 개최지로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예선전 하나를 통과했을 뿐이다.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더욱 치열한 본선 경쟁을 펼쳐야 한다. 하계올림픽은 2024년 유럽(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됐고 2028년 북아메리카(미국 LA), 2032년 오세아니아(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다. 대륙별 순회 개최라는 큰 원칙을 적용한다면 2036년 올림픽은 아시아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현재 알려진 올림픽 유치 희망 국가는 아시아권에서는 우리나라 외에 인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이다. 유럽권의 튀르키예, 이탈리아, 덴마크도 유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시점에서 올림픽 개최에 가장 적극적인 도시는 인도다. 올림픽 첫 개최에 도전하는 인도는 유치 의향서를 이미 IOC에 제출했다. 나렌드라 모디 현 총리가 2014년 연방정부 총리로 취임하기 전에 오랫동안 주 총리를 지냈던 서부 구자라트주의 아메다바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36년 올림픽 개최 도시는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임기가 6월 종료된 후 새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출범한 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내년, 늦으면 2027년에 개최지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김 도지사는 “기존 ‘전주 올림픽’의 계획에 더해서 경쟁 상대였던 서울이 준비한 계획 중에서도 좋은 것들은 차용하고 긴밀히 협조하겠다”며 “본선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대안을 만들어 반드시 2036년 올림픽을 한국이 가져올 수 있게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전북이 신선한 장점을 살려 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협력하도록 계획을 잘 세우겠다”고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