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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뢰 배트는 마이애미 말린스의 필드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는 에런 린하트의 연구에 의해 등장했다. 린하트는 2007~2014년까지 미시건대에서 물리학 교수로 재직하다 야구계로 뛰어든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2017년 대학야구팀 수석코치를 맡은 뒤 2018년 양키스의 마이너리그팀 타격코치로 부임하며 프로 지도자로 입문했다.
린하트는 2022~2023년 마이너리그 타격 보조코치로 일하며 선수들 스윙을 분석하다가 많은 이들이 기존 배트의 스위트 스팟(배트 중심부) 보다 아래(손잡이에서 가까운 쪽)로 공을 때리는 빈도가 높다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는 ‘야구공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 방망이 부문을 가장 무겁고 두껍게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생각은 단순했지만, 그 디자인을 완성하기에는 수 년의 시간이 걸렸다.
성과는 뚜렷했다. 올 시즌 뉴욕 양키스 선수들이 대거 어뢰배트를 들고 경기에 나서 홈런포를 펑펑 터뜨리고 있다. 3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양키스는 시즌 개막 후 5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는데도 19개 홈런을 터뜨렸다. 30개 구단 중 1위다.
특히 지난 달 30일 밀워키 브루어스와 홈 경기에선 홈런 9개를 몰아쳐 큰 화제를 모았다. 이는 MLB 역사상 단일팀 기준 한 경기 최다 홈런 공동 2위 기록이었다. 홈런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터지자 MLB 사무국은 양키스 타자들의 배트를 거둬 직접 검사를 했다. 결론은 ‘문제 없다’였다. 길이 42인치, 지름 2.61인치 이하인 배트 크기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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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뢰 배트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큰 효과가 없다는 의견도 많다. 시즌 초반 홈런 4개로 아메리칸리그 선두를 달리는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는 “어뢰 배트에 대해 들어봤지만, 기존 배트가 더 마음에 든다”며 “배트를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어뢰배트가 오히려 타자들의 부상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무게중심이 손잡이 쪽으로 내려오면 스윙을 할 때 팔꿈치에 가해지는 충격이 커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양키스 중심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턴이 개막 직전 팔꿈치 부상을 당한 이유가 어뢰배트 때문이라는 의혹도 있다.
개발자인 린하르트도 배트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경계했다. 그는 “마법사는 있어도 마법의 배트는 없다”면서 “결국 공을 때리는 것은 타자다. 타자가 얼마나 좋은 스윙을 하고, 정확하게 치느냐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사실 130년이 훨씬 넘는 MLB 역사에서 다양한 형태의 ‘요술배트’는 늘 끊이지 않고 등장했다. 노브(배트 아랫 부분의 둥근 손잡이)가 없는 ‘노 노브배트’, 노브 부분이 도끼처럼 휘어진 ‘도끼 배트’, 배트 모양이 바나나처럼 휘어진 ‘바나나 배트’, 배트 모양이 마치 콜라병처럼 생긴 ‘병 배트’ 등이 있었다. 하지만 잠시 화제가 됐을 뿐 대부분 일찍 사라졌다.
한편,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이 배트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일부 구단과 선수들은 이 배트를 구하기 위해 수소문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리그 공인배트로 인정받기 위해선 시즌 개막 전 KBO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어뢰배트는 그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올 시즌에는 공식경기에서 사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