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의 수입이 늘어나면서 절세 목적의 1인 법인 설립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법인세율(최고 26.4%)이 개인 소득세율(최고 49.5%)보다 현격히 낮은 데다, 급여·배당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절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부에서 도덕적으로 비난을 가할 수 있어도 1인 법인을 통한 절세 자체가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과세당국의 거액 세금 추징에 대응하려면 거래나 업무 내역 등의 자료 증빙을 통해 ‘법인의 실질성’을 명확히 소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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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제이지엔터테인먼트’, 유연석의 ‘포에버엔터테인먼트’, 이하늬의 ‘호프프로젝트’는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각각 9억 원, 30억 원, 60억 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이들 모두 본인 혹은 가족이 대표인 1인 기획사(법인)를 따로 설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탈세 논란에 휩싸인 배우들은 소속사를 통해 “법 해석 차이”라며 탈세·탈루 사실은 없다는 입장을 냈다. 이들이 ‘법 해석 차이’라고 한 것은 1인 법인에 대한 과세 기준의 모호함을 지적한 것이다. 법인을 소유한 연예인의 소득을 ‘법인세’와 ‘소득세’ 중 어디에 귀속할 지에 대해 다르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동일한 과세대상에 두 번 과세하는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유연석은 과세전적부심사를 통해 이중과세를 인정받아 국세청의 추징 금액이 7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유연석은 추징금을 전액 납부한 후 “법 해석과 적용 관련해 조세 심판 및 법적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박수정 대원세무법인 대표세무사는 “연예인 등 고소득자들의 수입이 개인 매출로 잡히면 소득세율로 과세돼 엄청난 규모의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며 “수입을 법인 매출로 보고 법인세를 적용할 것인지, 개인의 소득으로 보고 종합소득세를 과세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희유 청아세무회계법인 대표세무사는 “국세청이 거액의 세금 추징에 나선 것은 ‘법인의 실질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라며 “법인의 실질성은 실질과세원칙에 따르는데, 법인 운영의 ‘실질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객관화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박 세무사는 “세무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인의 실질성을 얼마나 명확히 소명할 수 있느냐’다”라면서 “과거 거래나 업무 내역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소급해 입증할 수 있도록 자료를 구체적으로 데이터화해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조사에 적극 대응하면 추징세액이 0원으로 마무리되는 사례도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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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가 반복하지 않으려면 모호한 과세 기준과 행정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세무 전문가는 “법인세나 소득세의 항목을 법적 기준으로 명확하게 나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석의 여지가 있고, 사례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세청 차원에서 행정지침 형태의 해석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일괄적인 규제보다는, 어떤 상황에서 제재·처벌이 발생할 수 있는지 사례 별로 안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세청이 1인 법인의 악용 사례를 유형화해 조사하면 점차 관행이 바뀔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소득세와 법인세 간 세율 격차를 축소하려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고소득자들의 성실 납세에 대한 인식 제고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세무사는 “특정 직군이 타깃인 블랙리스트 작성, 법인 설립 제한 등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면서 “결국 고소득자의 윤리의식 제고가 핵심이다. 절세와 탈세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제도적 기준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연예인 등 고소득자들이 개인과 법인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세무 교육 등을 통해 법인과 개인은 법적으로 분리된 존재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