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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자리였으나 축구협회의 운영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먼저 K3리그 베스트11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공격수로 뛰는 한 선수가 베스트11 부문 수비수로 선정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다행히 시상식 전 오류를 인지한 축구협회가 해당 포지션 재투표를 진행해 바로 잡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먼저 K3리그 베스트11 선정은 리그 경기 중 50% 이상을 소화한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 축구협회는 각 구단으로부터 해당 선수 명단을 제출받은 뒤 후보군을 선정한다. 이후 소속 구단에 후보로 선정된 선수 포지션 정보를 취합하고 각 구단과 감독, 주장의 투표를 통해 선정한다.
이 과정에서 한 구단이 공격수로 포지션 분류해 제출한 선수를 축구협회가 수비수 후보군에 포함했다. 투표를 통해 해당 선수는 수비수 부문 베스트11에 선정됐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취합하는 과정에서 조금 오류가 생겼다”라며 “시상식을 준비하며 잘못된 게 확인돼 선정 선수 본래 포지션과 선정 포지션에 대해 재투표를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공격수가 수비수로 분류됐음에도 표를 받은 것도 아이러니하다. 한 K3리그 관계자는 “아무래도 프로보다 열악하다 보니 한 선수가 다양한 포지션을 보기도 한다”라며 표가 나온 배경을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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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의 아쉬운 대처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행사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나눠준 시상 자료에는 해당 선수가 여전히 수비수 부문 수상자로 표기돼 있었다. 이는 베스트11 수비수 부문이 호명이 된 뒤 취재진이 문의하자 그제야 수정 전 자료라는 답이 돌아왔다.
선수 자료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축구협회가 운영하는 K3·K4리그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득점과 도움 부문 상위 5위의 기록만 나왔다. K4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진태호(전북현대 B)는 득점과 도움 부문 상위 5위 안에 들어있지 않아 기록을 알 수 없었다.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라고 말한 축구협회 관계자는 추후 문의를 통해 기록을 전달했다.
제도 개선을 고민해 볼 부분도 있다. 축구협회 규정에 따르면 K3·K4리그 최우수지도자와 MVP는 무조건 우승 팀에서만 나와야 한다. 우승 팀이 아닌 구단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친 지도자, 선수가 나오더라도 최고로 인정받을 수 없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K리그1, 2는 이런 제약이 없다. 그로 인해 안정환(1999년·당시 부산대우), 김은중(2010년·당시 제주유나이티드), 김신욱(2013년·당시 울산현대), 정조국(2016년·당시 광주FC), 말컹(2018년·당시 경남FC), 김보경(2019년·당시 울산) 등이 우승 팀이 아님에도 MVP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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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보경은 준우승에도 MVP를 수상한 뒤 “사람들은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지만 울산은 기억해야 한다”라며 “2등을 실패로만 생각하면 정말 실패다. 이 경험을 갖고 다시 우승에 도전해야 한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우승’이라는 타이틀로 공정한 경쟁과 신선한 이야깃거리가 생기는 걸 막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K리그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K3·K4리그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건 아닌 것 같다”라며 “나중에 정말 바꿔야 할 부분이 있으면 내부적으로 고민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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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는 올해 1월 새로운 미션으로 ‘축구가 함께하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제시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BI)로는 ‘모두가 빛나는 순간’을 발표했다. 또 핵심 목표로 △1~7부에 이르는 성인 축구의 디비전 완성 △3~4부 활성화를 통한 K리그와의 승강제 실현 △5~7부 육성을 통한 풀뿌리 축구 강화를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축구협회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연초 제시한 목표를 향해 제대로 나아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성인 축구 디비전 완성을 위해선 적극적인 투자와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해마다 내놓는 새로운 목표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