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11 재투표·기록 찾기 힘든 MVP’... 축구협회, 더 세심한 배려 필요

허윤수 기자I 2024.12.08 09:40:00

K3 베스트11 선정 과정에서 공격수를 수비수로 분류
선정 후 오류 발견하고 재투표 실시해 변경
MVP 포함 선수 개인 기록 찾기도 어려워
목표로 한 디비전 완성 위해선 투자와 개선 필요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2024 K3·K4리그 어워즈를 통해 한 해 성과를 기린 가운데 추구하는 풀뿌리 축구 강화를 위해선 여전히 더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줬다.

K3리그 베스트11 수비수 부문. 사진=대한축구협회
K3리그 우승팀 시흥시민축구단. 사진=대한축구협회
축구협회는 지난 4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2024 K3·K4리그 어워즈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를 통해 K3리그와 K4리그에서 구슬땀을 흘린 구단과 지도자, 선수 등 구성원의 공을 치하했다.

축제의 자리였으나 축구협회의 운영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먼저 K3리그 베스트11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공격수로 뛰는 한 선수가 베스트11 부문 수비수로 선정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다행히 시상식 전 오류를 인지한 축구협회가 해당 포지션 재투표를 진행해 바로 잡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먼저 K3리그 베스트11 선정은 리그 경기 중 50% 이상을 소화한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 축구협회는 각 구단으로부터 해당 선수 명단을 제출받은 뒤 후보군을 선정한다. 이후 소속 구단에 후보로 선정된 선수 포지션 정보를 취합하고 각 구단과 감독, 주장의 투표를 통해 선정한다.

이 과정에서 한 구단이 공격수로 포지션 분류해 제출한 선수를 축구협회가 수비수 후보군에 포함했다. 투표를 통해 해당 선수는 수비수 부문 베스트11에 선정됐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취합하는 과정에서 조금 오류가 생겼다”라며 “시상식을 준비하며 잘못된 게 확인돼 선정 선수 본래 포지션과 선정 포지션에 대해 재투표를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공격수가 수비수로 분류됐음에도 표를 받은 것도 아이러니하다. 한 K3리그 관계자는 “아무래도 프로보다 열악하다 보니 한 선수가 다양한 포지션을 보기도 한다”라며 표가 나온 배경을 추측했다.

이슬찬(경주한수원). 사진=대한축구협회
재투표를 통해 수비수 부문에 선정된 이슬찬(경주한수원)도 “솔직히 같은 포지션의 다른 선수가 수상했으면 축하해줬을 텐데 다른 포지션이라 나와 다른 선수들도 의아해했다”라고 고개를 갸웃했다.

축구협회의 아쉬운 대처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행사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나눠준 시상 자료에는 해당 선수가 여전히 수비수 부문 수상자로 표기돼 있었다. 이는 베스트11 수비수 부문이 호명이 된 뒤 취재진이 문의하자 그제야 수정 전 자료라는 답이 돌아왔다.

선수 자료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축구협회가 운영하는 K3·K4리그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득점과 도움 부문 상위 5위의 기록만 나왔다. K4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진태호(전북현대 B)는 득점과 도움 부문 상위 5위 안에 들어있지 않아 기록을 알 수 없었다.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라고 말한 축구협회 관계자는 추후 문의를 통해 기록을 전달했다.

제도 개선을 고민해 볼 부분도 있다. 축구협회 규정에 따르면 K3·K4리그 최우수지도자와 MVP는 무조건 우승 팀에서만 나와야 한다. 우승 팀이 아닌 구단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친 지도자, 선수가 나오더라도 최고로 인정받을 수 없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K리그1, 2는 이런 제약이 없다. 그로 인해 안정환(1999년·당시 부산대우), 김은중(2010년·당시 제주유나이티드), 김신욱(2013년·당시 울산현대), 정조국(2016년·당시 광주FC), 말컹(2018년·당시 경남FC), 김보경(2019년·당시 울산) 등이 우승 팀이 아님에도 MVP 영예를 안았다.

2019년 MVP로 선정된 김보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K리그 2024 대상 시상식에서 K리그1 감독상을 수상한 강원FC 윤정환 감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감독상 역시 올해 윤정환 전 강원FC 감독을 비롯해 장외룡(2005년·당시 인천유나이티드), 박경훈(2010년·당시 제주), 김기동(2020년·당시 포항스틸러스) 감독이 우승과 관계없이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김보경은 준우승에도 MVP를 수상한 뒤 “사람들은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지만 울산은 기억해야 한다”라며 “2등을 실패로만 생각하면 정말 실패다. 이 경험을 갖고 다시 우승에 도전해야 한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우승’이라는 타이틀로 공정한 경쟁과 신선한 이야깃거리가 생기는 걸 막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K리그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K3·K4리그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건 아닌 것 같다”라며 “나중에 정말 바꿔야 할 부분이 있으면 내부적으로 고민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사진=대한축구협회
축구협회는 소수 인원으로 K3·K4리그를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3·K4 구단 관계자 역시 “축구협회가 여러 어려운 상황 속에 적은 인원으로 고생한다”라며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서로 고민해 보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라고 어려움을 공감했다.

축구협회는 올해 1월 새로운 미션으로 ‘축구가 함께하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제시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BI)로는 ‘모두가 빛나는 순간’을 발표했다. 또 핵심 목표로 △1~7부에 이르는 성인 축구의 디비전 완성 △3~4부 활성화를 통한 K리그와의 승강제 실현 △5~7부 육성을 통한 풀뿌리 축구 강화를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축구협회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연초 제시한 목표를 향해 제대로 나아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성인 축구 디비전 완성을 위해선 적극적인 투자와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해마다 내놓는 새로운 목표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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