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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8일)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 이후 4년 임기를 시작하는 유 회장은 선거운동 때부터 대한체육회의 ‘자립성’, ‘자율성’, ‘수익 극대화’를 꾸준히 강조해 왔다. 대한체육회의 한 해 예산이 약 4300억 원 규모인 만큼 연 800억 원 이상 후원금을 유치하려는 목표다.
최근에는 조직 개편을 통해 회장 직속 마케팅실을 신설했다. 유 회장은 “직접 뛰어다니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기업인들을 만나 우리의 가치를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대한탁구협회장 시절에도 재정 안정화를 위해 5년 임기 동안 약 100억 원의 기업 후원금을 유치했다. 다만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대한체육회의 경우 국가계약법에 근거해 후원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제약 요인이 있다. 그는 “후원 의사가 있는 기업들도 입찰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걸 알면 꺼리기 일쑤”라면서 “수익 사업이나 기업 후원을 늘려 체육회의 재정 자립도를 높이려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유 회장은 이날 임기 시작과 함께 태스크포스(TF)팀을 즉각 가동한다. 그는 “체육 개혁 TF팀을 가동해 ‘유승민표 사업’의 구상에 들어갈 것”이라며 “체육인들이 더 혜택받을 수 있는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릴 것이다. 늦어도 5월까지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유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당선 이후 40여 일 지났다. 어떻게 지냈나.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동계체전 등을 쫓아다니느라 무척 바빴다. 업무 파악을 하면서 각계 인사들과 상견례를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웃음)
-그간 체육회의 자생력, 수익성을 강조하는 공약이나 언급이 많았는데.
△체육회 예산을 보면 약 95%가 정부의 국가 보조금이다. 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을 들어 독립성을 얘기해 왔지만, 어느 정도 자체 예산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는 국가보조금 하나 없이 자체 예산만으로 운영한다. 자체예산 비중을 20%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해 체육회 전체 예산이 약 4300억 원이었는데, 자체 예산이 약 860억 원가량 돼야 한다고 본다.
-자체예산을 늘리고 싶은 이유는?
△학교체육 활성화, 지방체육회 재정 독립, 지도자 처우 개선 등에 쓸 돈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예산을 더 많이 받아올 수도 있지만, 기획재정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회 등과 논의하고 승인하는 절차가 무척 길다. 긴급하게 써야 할 때가 있는데, 국가 보조금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어떻게 확대할 건가.
△기업 후원을 늘릴 생각이다. 얼마 전 조직개편을 통해 회장 직속의 마케팅실도 신설했다. 후원금 유치를 단순히 마케팅실에 맡길 게 아니라, 내가 직접 기업 오너를 만나겠다는 취지다. 우리의 가치를 입증해 후원받겠다. 오너 대 오너로 직접 만나 호소하고 설득할 것이다.
-대한탁구협회장 시절엔 후원금을 얼마나 모았나.
△5년간 100억 원 조금 넘게, 연간 20억 원가량 후원금을 유치했다. 사실 고(故) 조양호 전임 회장이 매년 10억 원가량의 기탁금을 냈는데, (나는) 기업인이 아니다 보니 그렇게 할 수 없어서 후원금 유치에 힘을 썼다. 탁구인들이 ‘덕분에 돈 걱정 없이 선수, 지도자를 지원하고 생활 체육 인구도 늘었다’고 고마워했다.
-탁구협회와 달리 체육회는 기타공공기관이어서 제약이 있지 않나.
△그게 문제다. 체육회는 기타 공공기관이기에 국가계약법을 기준으로 한다. 탁구협회는 기업인들을 만나 계약하면 됐는데, 체육회는 입찰공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렇게까지 해서 후원해야 하나’하며 꺼린다. 정부에서 이런 문제를 풀어줬으면 한다. 체육회 안에서도 연구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와 국회에도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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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비결이 뭔가.
△다들 안 될 거라고 하니 더 오기가 생겼고, 자극제가 됐다.(웃음) 져도 본전이니, 더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했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까지 했다.
-유승민을 아는 사람은 당신의 ‘진정성’을 얘기한다.
△탁구 훈련할 때 공 때리는 걸 보면 정성스럽게 하는지, 기계적으로 하는지 안다. 노력의 결과는 중요한 순간에 나온다. 정성스럽게 때려왔다면 중요한 순간에 성공한다. 내가 몸으로 느꼈기에 매사 그렇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체육회에 있는 위원회를 통폐합한다고 들었다.
△체육회에 31개 위원회가 있지만,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9개 위원회는 지난해 한 번도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유사, 중복 위원회를 통합하고, 인공지능(AI)과 e스포츠 등 디지털 플랫폼을 담당하는 위원회를 신설할 생각이다. 위원회 개수는 줄이고, 기능은 더 섬세하게 만들 것이다. 체육개혁TF팀도 만든다.
-TF팀의 역할은 뭔가.
△‘유승민표 사업’을 만들 것이다. 지금 공개하긴 어렵고, 체육인들이 더 혜택받을 수 있는 사업, 지방체육회, 학교 체육 등을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문체부도 관심이 많다. 늦어도 5월까지는 발표할 계획이다.
-체육계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다. 어떻게 탈피할 건가.
△리더부터 모든 걸 오픈하자는 생각이다. 나로 인해 일어나는 비위 행위는 절대 없을 것이다. 내가 올곧게 행동하면 직원들도 따라줄 것이다.
-임기를 시작하는 각오는?
△정말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수, 지도자, 생활체육인 등 다양한 분들과 협력해 미래 지향적인 단체를 만들고 싶다.
◇유 회장은… △1982년 서울 출생 △동남고 졸업 △경기대 체육학 학사 △경기대 대학원 사회체육학 석사·체육학 명예 박사 △2004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탁구 대표팀 코치 △IOC 선수 위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촌장 △제24·25대 대한탁구협회장 △제42대 대한체육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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