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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린 “장기인 3m 내 퍼트 살려 LPGA 투어 첫 우승 도전”[인터뷰]

주미희 기자I 2025.01.20 07:00:00

LPGA 투어 4년 차 안나린 인터뷰
어린 시절부터 비행기 엔지니어 父 영향
전 세계 누비는 삶 꿈꾸며 LPGA 수석 입학
2년 차 징크스 겪은 뒤 지난해 톱10 5번 ‘반등’
“스윙 교정하며 안정 찾아…올라갈 일만 남았다”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안나린은 어렸을 때부터 비행기 엔지니어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전 세계를 누비는 삶을 꿈꿨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동하면 여러 문화를 경험하며 일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는 선수로는 다소 늦은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안나린이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2025년엔 꼭 첫 우승을 이루겠다”고 각오를 밝히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브리온컴퍼니 제공)
시작이 늦은 만큼 성공도 늦었다. 2017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2020년이 돼서야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해 10월 오텍캐리어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했고, 11월 최다 상금(총상금 15억원)이 걸린 특급 대회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2021년 12월 LPGA 투어 퀄리파잉 시리즈를 수석으로 합격하면서 꿈에 그리던 LPGA 투어 진출을 이뤄냈다.

큰 기대를 안고 2022년 미국 무대에 데뷔했지만 기대와 달리 아직 우승은 없다. 그러나 주눅 들지 않았다. 안나린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노력하면 언젠가 좋은 결과를 낼 거라는 자신감이 늘 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봤고 그 경험에서 자신감이 나온다. 노력이 이제 결과로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2년 뛰어든 LPGA 투어 무대는 만만치 않았다. 첫 해 26개 대회에서 ‘톱10’에 5차례 이름을 올렸고 상금 랭킹 47위로 무난한 성적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렸다. 24개 대회에서 ‘톱10’은 한 차례에 그쳤고 컷 탈락도 9번이나 당했다. 상금 랭킹은 72위로 뚝 떨어졌다.

안나린은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가 정말 많아서 우승이 더 힘들다. 그날 잔디 상태와 환경, 운 등 모든 걸 종합해야 우승할 수 있는 곳이 LPGA 투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승은 미세한 차이에서 결정된다. 미세함이 틀어져 크게 어긋나는 실수가 나온다. 재작년까지 샷 콘택트가 잘 이뤄지지 않아 샷이 부정확했다. 작년에는 그 부분이 많이 줄어들어 스코어를 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안나린은 반등을 이뤄냈다. 8월 포틀랜드 클래식 준우승, 최다 상금이 내걸린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공동 5위 등 ‘톱10’ 5번을 기록했다. 처음으로 100만 달러(약 15억원) 이상을 벌며 상금 순위 32위에 올랐다. 안나린은 “3년째 활동하면서 심리적으로 친숙해졌고 스윙 등 틀어졌던 부분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그동안 기본적인 스윙 체크를 못 받아 잘못된 스윙이 누적됐다. 한국에 들어올 때, 혹은 겨울 시즌 동안 집중적으로 코치님에게 체크를 받으며 교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만족하긴 이르다. 안나린은 “지금까지 미국 활동을 100점 만점으로 매긴다면 70점만 주겠다. 우승을 했을 때 남은 30점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나린은 KLPGA 투어 활동 시절 ‘숨은 퍼트 고수’로 불렸다. 스스로 “2~3m 거리 퍼트는 거의 놓쳐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퍼트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국내에선 그랬다. 미국에선 쉽지 않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안나린은 “미국은 잔디가 정말 어렵다. 지역마다 다르고 날씨에 따라서도 다르다. 잔디 특성에 따라 스트로크, 스피드, 거리 등을 다 다르게 계산해야 해서 실수가 잦다. 퍼트는 물론 샷을 할 때도 기압, 온도까지 다 따져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우승을 위해 필요한 것도 ‘퍼트’다. 그는 “(우승) 기회가 왔을 때 퍼트가 잘 들어가면 모멘텀이 잡혀 기세를 올릴 수 있다. 그 기회를 못 잡으면 주춤하고 선두권과 멀어지게 된다. ‘3m 이내는 무조건 잡는다’는 퍼트감을 올리는 게 1순위”라며 “감이 점차 향상하고 있어 올해는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안나린은 경기 중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KLPGA 투어에서 우승했을 때 활짝 웃은 게 유일할 정도다. 아쉬운 플레이를 해도 화 한 번 내지 않아 ‘선비 같다’는 말을 듣는다. 그는 “경기 중 실수는 필드에 두고 나온다. 골프장을 떠나면 골프 생각은 거의 하지 않고 웃긴 영화, 드라마, 예능을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일상에서도 감정 변화가 없는 편이지만 첫 우승에 대한 열망은 가득하다. 안나린은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클럽을 더 다양하게 사용하면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플레이를 하는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아직 선배들이 겪어온 많은 우승을 경험하진 못했기 때문에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며 몸을 낮췄다. 안나린은 “저에게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두 손 모아 꼭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브리온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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