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번복은 없다"… '가황' 나훈아 58년 음악인생 마침표

윤기백 기자I 2025.01.13 06:00:00

'고마웠습니다' 콘서트 마무리
고향역·테스형 등 20곡 이상 열창
"왼쪽은 잘했나" 정치권 작심비판도
"구름위 내려와 이제 땅에서 살고파"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사나이가 한 번 말했으면 끝입니다. (은퇴하겠다고) 한 번 말했으니 (번복)할 수 없습니다.”

나훈아(사진=예아라)
‘가황’(歌皇, 가요계 황제) 나훈아가 ‘2024 나훈아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를 끝으로 58년 가수 인생을 마무리했다. 늘 당당하고 거침없었던 나훈아는 공연 말미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나훈아는 10~12일 사흘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2024 나훈아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에서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이 결심”이라며 “마지막 공연을 처음 해봐서 어떤 기분일지 몰랐는데 이제야 알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동안 구름 위를 걷고 살았다. 스타의 삶이 좋아 보여도 나도 사람이다 보니 사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 “이젠 땅에서 걸으며 살려고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자 객석에선 아쉬움 섞인 탄식이 흘러나왔고, 나훈아의 팬들은 “은퇴하지마!”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나훈아는 ‘은퇴’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 폭발적인 에너지와 카리스마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고향역’을 시작으로 ‘18세 순이’, ‘홍시’, ‘테스형’ 등 스무 곡 이상을 2시간 넘게 라이브로 선보이며 ‘가황’의 존재감을 스스로 입증했다. 마지막 곡인 ‘사내’를 부를 때에는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목격돼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정치권을 향한 작심 발언도 쏟아냈다. 나훈아는 “요즘 방향 감각이 없다. (내 팔의) 오른쪽이 어디고, 왼쪽이 어디냐”고 물은 뒤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를 치고 있다. (왼쪽 팔을 가리키며) 니는 잘 했나?”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또 “느그(정치인)들이 하고 있는 꼬락서니들이 정말 국가를 위해 하는 짓거리인지 묻고 싶다”면서 “국회에서 탄핵하든 뭐든 다 좋은데 반은 국방과 경제를 얘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훈아(사진=예아라)
나훈아는 “지금 우리 위에 폭탄이 떨어져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며 “텔레비전에서 군인이 계속 잡혀가고 어떤 군인은 울던데, 이들에게 우리 생명을 맡긴다는 게 웃기지 않느냐”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그 모습을 생중계하고 있다”며 “이런 건 생중계하면 안 된다. 북쪽 김정은이 얼마나 좋아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나훈아는 이번 콘서트를 끝으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 나훈아는 지난해 2월 가요계 은퇴를 선언한 이후 약 1년 동안 전국투어를 통해 대전, 강릉, 안동, 진주, 인천, 광주 등 전국 각지의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해왔다. 10~12일 사흘간 5회 진행된 서울 공연에서는 약 7만 명의 팬들을 만나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나훈아는 스스로 밝힌 데뷔 연도인 1967년 이후 ‘사랑은 눈물의 씨앗’, ‘무시로’, ‘잡초’, ‘홍시’, ‘테스형’ 등의 히트곡을 꾸준히 내며 시대를 풍미했다. 현재까지 800곡 이상을 만들었고, 히트곡만 100곡이 넘어 ‘가황’이란 별명을 얻었다. 인기에 힘입어 1971년 ‘풋사랑’을 시작으로 ‘어머니의 영광’, ‘우정’, ‘동반자’ 등 다수 영화에도 출연하며 배우로도 활약했다.

나훈아는 2006년 데뷔 40주년 공연을 끝으로 건강 이상설 등 각종 루머에 시달렸고 기자회견까지 여는 곤욕을 치렀다. 이후 여러 차례 복귀설이 제기되다가 2017년 11년 만에 컴백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2020년에는 추석 연휴 KBS2에서 방송한 ‘2020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테스형!’을 불러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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