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전 6승' KBO리그 슈퍼에이스 삼국지

이석무 기자I 2017.05.05 08:10:05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KBO리그 최고의 에이스 자리를 놓고 흥미진진한 ‘3파전’이 펼쳐지고 있다.

주인공은 양현종(29)과 헥터 노에시(30·이상 KIA), 제프 맨쉽(32·NC)이다. 이들은 3일 경기까지 마친 시점에서 6번 등판해 6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나왔다하면 누구와 붙던 간에 압도적인 피칭으로 승리를 따내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마치 만화에서나 볼 법한 ‘슈퍼 에이스’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KIA 토종 에이스 양현종. 사진=연합뉴스
▲양현종 ‘안타는 맞아도 홈런·볼넷은 안준다’

양현종은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지난 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6승 째를 따냈다. 이날 승리로 통산 93승째를 거두며 구단 역사상 좌완 투수 통산 최다승 기록(종전 김정수 92승)도 갈아치웠다.

양현종의 강점은 효율성이다. 양현종은 피안타율이 2할7푼7리로 높은 편이다. 이닝 당 평균 1개 이상의 안타를 내준다. WHIP(이닝 당 평균 출루율)도 1.11로 헥터나 맨쉽 보다 높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은 1.52로 리그 1위다. 안타나 출루는 내주더라도 실점은 막는다는 의미다.

가장 주목할 기록은 피홈런과 볼넷이다. 양현종은 올시즌 41⅓이닝을 던져 아직 홈런을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헥터 3개, 맨쉽 1개). 볼넷도 단 3개 뿐이다(헥터 5개, 맨쉽 11개). 시즌 첫 등판 때 볼넷 3개를 내주고 이후 5경기에서 볼넷 허용이 1개도 없다. 지난 시즌에는 경기 당 3.46개의 볼넷을 내줬다. 볼넷이 줄어드니 이닝 당 투구수도 지난해 16.0개에서 올해 14.3개로 확 줄었다.

단타는 내주더라도 장타와 볼넷을 최소화하면서 타자를 효과적으로 제압한다. 150km의 강속구와 함께 느린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빼앗는다. 타자의 허를 찌르는 투구패턴은 특히 주자가 있을때 더욱 빛난다.

타자들의 득점 지원도 반갑다. 지난해 양현종은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경기 당 득점 지원이 3.23점에 불과했다. 꼴찌에서 세 번째였다. 하지만 올 시즌은 경기 당 득점 지원율이 4.50으로 공동 9위다. 타자들이 도와주는 덕분에 승리가 훨씬 수월해졌다.

KIA 외국인투수 헥터 노에시. 사진=연합뉴스
▲헥터 ‘구위, 이닝 소화력 단연 으뜸’

메이저리그에서 5년간 12승(31패)을 거둔 헥터는 지난해 한국에 온 뒤 15승(5패)을 거두며 단숨에 리그 최고의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그리거 올시즌은 지난해보다 더 강력해졌다.

헥터는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볼에 체인지업, 컷 패스트볼 등을 효과적으로 구사한다. 직구인 줄 알고 타자들이 방망이를 냈다가 맥을 못 추고 범타로 물러나기 일쑤다. 구위만 놓고 보면 더스틴 니퍼트(두산)를 뛰어넘는 KBO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헥터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이닝 소화력이다. 헥터는 지난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206⅔이닝(2위 양현종 200⅓이닝)을 던졌다. 올해도 43⅔이닝으로 1위다. 올해 6차례 등판에서 2일 넥센전(6⅔이닝 3실점)을 제외하고 5번이나 7이닝 이상 책임졌다.

선발투수가 길게 이닝을 소화해주니 불펜진은 부담이 훨씬 덜하다. 올시즌 KIA가 불펜이 불안한 상황에서도 1위를 지킬 수 있는 것은 헥터가 그만큼 많이 던져주기 때문이다.

헥터도 “승리는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긴 이닝을 던지는 것은 내가 조절할 수 있다”며 ‘이닝이터’로서의 활약에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다승 공동선두 3명 가운데 피홈런(3개)이 가장 많은 것은 옥에 티다. 주자가 없을 때 스트라이크를 넣기 위해 힘을 빼고 가볍게 던지다 간간이 홈런을 맞기도 한다. 하지만 홈런 3개 모두 주자가 없을때 나온 것이라 큰 문제는 안된다.

NC 외국인투수 제프 맨쉽. 사진=연합뉴스
▲맨쉽 ‘마법의 투심...풍부한 경험도 무기’

NC 외국인투수 맨쉽의 사전에 ‘적응’이라는 말은 없었다. 한국에 오자마자 적응 기간 없이 곧바로 연전연승을 거두며 KBO리그를 정복했다.

맨쉽의 최대 무기는 타자 앞에서 변화무쌍하게 휘는 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다. 특히 투심 패스트볼은 마치 포심 패스트볼 만큼이나 구속이 빠르면서 싱커처럼 타자 앞에서 가라앉는다. 타자들이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다.

내용적인 면에서 맨쉽은 양현종이나 헥터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평균자책점은 1.69로 3명 중 가장 높지만 피안타율은 1할7푼5리로 리그 전체 2위(1위 한화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175)다. 심지어 피OPS(장타율+출루율)는 4할7푼8리로 리그에서 가장 낮다.

맨쉽은 헥터나 양현종과는 달리 힘으로 타자를 제압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빠른공 구속도 140km대 초중반 수준이다. 하지만 워낙 볼끝이 좋다보니 쉽게 범타를 이끌어낸다. 주자가 나가더라도 주무기인 투심 패스트볼로 병살타를 유도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맨쉽은 메이저리그서 8년이나 뛰었다. 지난 시즌에는 클리블랜드 소속으로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큰 무대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마운드 위에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다만 빅리그에서 주로 불펜투수로 활약해 긴 이닝을 책임지지 못한다는 점은 살짝 아쉽다. 맨쉽의 경기당 평균 이닝은 6이닝이고 경기당 평균 투구수도 90.7개에 머물러있다. 양현종, 헥터에 미치지 못한다. 점차 이닝을 늘려가는 단계인 만큼 시즌이 진행될수록 더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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