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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은 등번호 10번이 적힌 GS칼텍스 유니폼을 선물로 받았다. 유니폼에는 GS칼텍스 선수들의 사인이 가득히 담겨있었다. 이영택 GS칼텍스 감독도 김연경에게 큼지막한 꽃다발을 선물했다. 행사 말미에는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날 장충체육관은 관중석에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배구팬이 함께 했다. 김연경의 마지막 정규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 3461명 관중이 찾았다. 올 시즌 장충체육관 첫 만원 관중이었다.
안타깝게도 김연경은 이날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경기 전에는 동료들과 함께 워밍업을 했지만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에는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았다. 경기 시작 후에는 계속 웜업존에 머물렀다. 처음부터 출전 계획이 없었다. 김연경 뿐만 아니라 미들블로커 김수지, 리베로 신연경도 결장했다. 팬들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일부 관중은 ‘김연경이 왜 안나오는거야’, ‘잠깐 교체 투입도 안되나’라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흥국생명도 어쩔 수 없었다. 일단 김연경의 몸상태가 100%가 아니었다. 경기 전 경미한 무릎 통증이 있었다. 로베르토 아본단자 감독과 상의 끝에 경기에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
일찌감치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짓고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하는 흥국생명 입장에선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네 시즌 중 세 차례나 챔프전에서 뒷심 부족으로 무릎 꿇었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뚜렷했다.
김연경은 은퇴투어 행사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오늘 경기를 뛰었으면 좋았을텐데 조금 아쉽다”며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GS칼텍스 선수단과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선 조금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연경은 “오늘 많은 분들이 와주셨는데 출전하지 못해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다”면서 “감독님이 의무팀과 상의해 챔프전을 앞두고 휴식이 낫다고 생각해 배려해주셨다”고 조금 더 자세히 설명했다. 더불어 “은퇴 발표 후에 정규리그가 더 빨리 간다는 느낌이다”며 “챔프전까지 11일 남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다. 경기 감각도 중요하지만 피지컬적인 면에서 100%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경은 “오늘 정규리그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면서 은퇴라는게 조금 더 실감이 나는 것 같다”며 “챔프전을 잘 준비하고 싶다. 후회없는 경기하고 싶다”고 재차 다짐했다. 또한 “은퇴투어를 이렇게 마련해준 것이 정말 고맙고 영광스럽다”면서도 “하지만 우리팀은 내 은퇴식이 중요한게 아니라 우승이 중요하다. 그 부분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연경은 “주전 선수들이 많은 경기를 치르다보니 조금씩 부상이 있는데 이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기술적인 부분보다 서브, 블로킹 등 기본적인 부분에 더 신경써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왕이면 상대팀이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꽉꽉 채워서 챔프전에 올라왔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프레시하게 상대팀을 맞이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지금 우리에게 더 의미있는 것은 챔프전이다”며 “선수의 피지컬 문제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팀을 먼저 생각해서 김연경의 출전 불가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