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친구,야구] 본즈 앞의 두가지 길 '시지푸스와 지킬 박사'

한들 기자I 2007.08.12 18:12:16
▲ 배리 본즈 [로이터/뉴시스]

[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배리 본즈 앞엔 이제 두 가지 길이 놓여 있습니다. 그것은 '시지푸스와 지킬 박사'의 길입니다.

시지푸스는 두 번이나 신(죽음의 신)을 속인 최초의 인간입니다. 그 죄로 '산 정상으로 바위를 밀 어 올리고, 굴러 떨어지면 또다시 밀어 올려야 하는', 영원히 멈추지 않는 형벌을 받았습니다. 약물 복용이란 속임수를 쓴 최초의 홈런왕 본즈에게도 시지푸스의 형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무엇인가요. 끊임없이 홈런이란 바위를 쌓아 올려야 하는 노역입니다. 바로 약물 복용을 했을 때처럼 말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의 홈런 경쟁을 보고 나서부터 약물을 입에 댔던 1999 년~2004년까지 6년간 292개의 시즌 평균 48.7개를 날려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본즈는 약물 문제가 불거져 나온 2005년과 2006년 합 쳐 고작 31홈런에 그쳐 들끓는 여론에 스스로 기름을 부었습니다. 올해도 잘해야 최종 홈런수는 35개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올시즌 후 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받을 대우도 그리 밝지 않습니다. 해마다 구단들이 바보 같은 짓을 많이 하긴 했지만 반사회적 범죄자 취급까지 당하고, 내년 44세까지 되 는 그에게 선뜻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자고 나설 팀이 얼마나 있을 지 의문입 니다.

은퇴 후에야말로 더 큰 심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 로 명예의 전당입니다. 500명이 넘는 야구기자단 투표에서 75% 이상의 득표를 해 야 입성이 가능한데 낙관불허입니다. 이미 마크 맥과이어도 1차 투표에서 23.5%란 저조한 득표율로 고배를 들었을 정도로 기자들은 약물 복용에 대해서 흑백을 가 리지 않고 준엄하기 짝이 없습니다.

선수는 득표율이 5% 이 상만 되면 15년간 명예의 전당 투표에 입후보할 수 있습니다. 본즈가 5%도 못 얻 어 후보에서조차 탈락하는 극형을 당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지금같은 분위 기라면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도 시지푸스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

44세에 48홈런 치기, 시장에서 받을 푸대접, 그리고 '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가 될 명예의 전당 입성. 그렇다면 이런 무거 운 짐들을 잔뜩 진 본즈에게 퇴로는 전혀 없는 것인가요.

있 습니다. USA투데이의 '50년 야구 기자' 할 보들리가 제시했습니다. "다시 지킬 박 사로 돌아오라."

그는 본즈를 취재하며 받았던 상반된 느낌(요약하면 카리스마 넘치는 영웅-안하무인의 무뢰배)을 에누리 없이 털 어놓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본즈야말로 야구 역사상 가장 '지킬 박사와 하이드 ' 같은 인물이다. 하지만 이제 그동안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좋은 점을 볼 수 없도록 만들었던 부정적인 갑옷을 훌훌 벗어 버리고 남은 야구 인생에서 매력적인 지킬 박사가 되도록 노력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사 장의 말을 곁들였습니다. "본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좋은 일도 참 많이 했다. 다 만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행크 애런의 기록을 깨던 날, 스스로 "이제 가장 힘든 작업이 끝났다"고 말한 것도 지킬 박사가 돼야할 또 한가지 이유라고 했습니다.

그는 친절하게 지킬 박사가 되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까 지 가이드 했습니다. "자신의 기록이 전혀 욕될 게 없다고 했으면 조지 미첼 약물 조사위원장에게 전화를 해라. 그리고 약물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겠으니 만나자고." 그것이 명예를 회복하는 엄청난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

결코 끝나지 않는 영원한 형벌의 시지푸스나 약물로 빚어진 '악의 화신' 하이드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선한 지킬 박사로 돌아올 것인가. 이제 본즈의 선택만 남았을 뿐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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