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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녀들' 전여빈 "오컬트 무서워 해…오히려 연기엔 도움"[인터뷰]②

김보영 기자I 2025.01.21 11:35:02

"'하얼빈'·'검은 수녀들' 관통하는 하나의 마음 느껴"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배우 전여빈이 영화 ‘검은 수녀들’ 속 미카엘라를 연기한 과정과 함께 실제 자신은 오컬트를 무서워서 잘 못 보는 편이라고 고백했다.

전여빈은 영화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의 개봉을 앞두고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한국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검은 사제들’, 그리고 ‘국가부도의 날’, ‘마스터’, ‘브로커’ 등을 제작한 영화사 집의 신작이자 송혜교, 전여빈의 신선한 조합으로 기대를 모은다 .

전여빈은 유니아 수녀(송혜교 분)와 함께 악령에 씌인 소년 희준(문우진 분)을 살리기 위해 구마된 의식에 뛰어드는 미카엘라 수녀 역을 맡았다.

전여빈은 “‘검은 수녀들’의 대본 자체에서 미카엘라의 전사를 느낄만한 단서들이 있었다. 어릴 적 미카엘라가 ‘귀태’, 귀신이 씌인 채로 태어난 아이, 저주받은 아이라는 프레임에 씌인 사람이라는 것”이라며 “그것을 벗어내려고 부모님이 이 친구를 굿당에도 데려가고, 그것도 안돼 수도원에 아이를 넣고 결국엔 정신의학과 의사인 바오로 신부(이진욱 분)에게 수제자로 길러진 과정들 말이다. 이 모든 요소가 미카엘라를 상상하고 그려내기에 충분했다. 그 요소들이 주는 정보에 충실하려 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바오로 신부는 과학적으로 부마 현상은 없다고 부정하는 인물이다. 부마자의 증상이 정신질환의 일종이라는, 유니아 수녀와 전혀 다른 시각을 보인다. 그 사이에서 미카엘라는 혼돈을 느꼈을 것”이라며 “미카엘라는 어릴 때 이미 트라우마나 자기의 숨길 수 없는 기질이 있었고 자라나면서 누군가를 안심시키고자 혹은 사회가 말하는 평범함, 보통의 존재가 되기 위해 영을 보거나 느끼는 걸 숨기며 살았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신부의 제자가 되는 걸 선택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의지한 대상이 타로카드였을 것 같았다”고 부연했다.

또 “수녀가 타로로 점술을 본다는 게 너무 역설적이잖나. 그것이 미카엘라란 인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인 것 같기도 했다. 누구보다 과학적이고 차갑고 냉철해보이지만 그 안에 숨기고 싶은게 있던게 아닐까. 그것에 입각해 미카엘라를 그리려 했다”고 덧붙였다.

송혜교와 마찬가지로 전여빈 역시 오컬트 장르 도전이 이번이 처음이다. 전여빈은 “저 사실은 오컬트를 무서워한다. 극장 안에서 놀라게 하는 장면이라든가 특유의 음습한 분위기를 되게 무서워하는 편”이라며 “만약 보더라도 혼자서는 절대 못 본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검은 수녀들’은 꼭 해보고 싶었다. 작품을 만드는 입장이면 덜 겁먹지 않을까 싶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스스로의 이런 성향이 미카엘라 연기에 도움이 되지 않나 생각도 들었다. 미카엘라가 처음부터 용기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두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라며 “영화상에서 유니아와 악령에 씌인 희준 둘의 기 싸움을 바라보는 미카엘라는 사실 대사라기보단 리액션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다. 대본에 어떻게 리액션해야 한다고 나와 있지 않았기에 저 역시 그 신을 특히 어려워했다. 대본상에도 그렇고 콘티에서도 사실 미카엘라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공간 안에 함께 존재하는 사람인데 같은 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있는데 어떻게 두려움에 떨다 용기를 내고 돕고 싶어ㅤㅎㅔㅆ을까. 그런 리액션들을 살리려 되게 고민했다. 미카엘라의 떨리는 마음이 오컬트를 무서워하는 나와 연걸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여빈은 최근 독립운동가들의 여정을 다룬 영화 ‘하얼빈’에서 공부인 역으로 굳건한 신념의 캐릭터를 열연해 관객들에게 뜨거운 울림을 선사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하얼빈’으로 연말 관객들에게 위로를 선사했던 전여빈은 한 달 만에 신작 ‘검은 수녀들’로 연달아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두 작품이 동시에 극장에 걸리는 상황. 이에 대해 전여빈은 “사실 ‘하얼빈’은 겨울쯤 개봉하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미리 안내를 받은 상황이었는데 ‘검은 수녀들’이 저희 예상보다 개봉시기가 빨라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전여빈은 “‘하얼빈’과 ‘검은 수녀들’ 모두 홍보에 최선을 다해야지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두 작품을 떠올리다 보니 관통하는 하나의 마음이 느껴지더라. 두 작품의 마음이 동일하다 느껴졌다”라며 “‘하얼빈’의 언론 시사 때도 이야기한 부분인데, ‘나라는 존재를 넘어섯 지키고 싶어지는 무언가가 있고, 그것을 지키고자 달려나가려는 마음이 뭘까’. 이타심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도 있을 마음인데, 실제의 나였다면 그런 순간에 영화 속 캐릭터 같은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재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일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두 작품을 경험하며 스스로에 대한 자문을 하게 됐다. 그때 떠올린 생각이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닌 거 같더라. 두려움이 존재하지만 어떻게든 그것을 넘어서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는 것”이라며 “마주하고 맞서내고 그 문을 확 열고 나가려는 의지라 느꼈다. 그런 마음을 새기다 보니 연말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려 하는 저에게 되게 큰 영감을 주더라. 그래서 괜히 뭔가 씩씩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은 수녀들’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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