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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라는 23일(한국시간) 공개된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의 2019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후보 투표에서 사상 첫 만장일치 득표 기록을 세우며 명예의 전당 입성에 성공했다.
그동안 메이저리그를 거쳐간 수많은 전설적인 선수들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만장일치 득표를 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전설의 홈런왕’ 베이브 루스(득표율 95.1%),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93.4%), ‘철인’ 칼 립켄 주니어(98.5%) 조차 이루지 못했다.
그나마 2016년 99.32%의 득표율을 기록한 켄 그리피 주니어가 만장일치에 가장 근접했다. 하지만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홈런타자라는 그 역시도 3표가 모자라 100% 득표를 이루지 못했다. 그리피 주니어 이전 역대 명예의 전당 최고 득표율은 1992년 톰 시버가 기록한 98.8%였다.
가장 큰 이유는 투표권을 가진 미국 야구기자 일부의 독특한 성향 때문이다. 몇몇 기자들 가운데는 “아무리 뛰어나도 완벽한 선수는 없다”라는 황당한 이유로 일부러 반대표를 던지곤 한다.
그런 전설들도 이루지 못한 만장일치 대기록을 리베라가 해냈다. 올해 투표인단 425명은 유권자당 최대 10명을 찍을 수 있는 투표에서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리베라를 선택했다. 미국 출신이 아닌 파나마 출신의 이민자인 리베라에게 그런 영광이 주어졌다는 점은 더욱 눈길을 끈다.
리베라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에서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했다. 1995년 데뷔해 2013년 은퇴할 때까지 양키스에서만 19년을 뛰면서 652세이브를 기록했다. 역대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이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난공불락이었다. 통산 8승 1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0.70의 성적을 남겼다. 7번의 월드시리즈에선 2승 1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0.99를 기록하며 5번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그의 주무기인 커터는 타자들이 알고도 못치는 공이었다. 워낙 스피드가 좋고 회전이 많이 걸려있다보니 배트에 제대로 맞아도 부러지기 일쑤였다. 미네소타 트윈스 구단은커터에 부러진 배트 조각을 모아 만든 흔들의자를 그의 은퇴 선물로 주기도 했다. 리베라는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 미네소타에서 받은 흔들의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은퇴선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그의 업적을 기려 매년 아메리칸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에게 주는 상 이름을 ‘마리아노 리베라’ 상이라고 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리베라는 위대한 선수이자 훌륭한 사람”이라며 리베라의 만장일치 명예의 전당 헌액을 축하했다.
리베라는 현역 시절 헤비메탈 그룹 ‘메탈리카’의 히트곡 ‘엔터 샌드맨’에 맞춰 마운드에 올라 ‘샌드맨’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리베라는 MLB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메탈리카 멤버들은 모두 존경하지만 나는 콘서트에 가본 적은 없다”며 “한 명의 크리스천으로서 그런 부류의 음악을 듣지는 않는다”고 웃으며 털어놓았다.
한편, 리베라와 함께 투수 故 로이 할러데이, 마이크 무시나(51), 지명 타자 에드가 마르티네스(56)도 올해 명예의 전당당 입성이 확정됐다. 할러데이와 마르티네스는 나란히 363표(득표율 85.4%)를 받았다. 무시나는 326표(76.7%)를 획득해 입회 기준 득표율(75%)을 넘었다. 올해 명예의 전당 헌액식은 7월 20∼23일 미국 쿠퍼스타운에서 열린다.
2017년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할러데이는 통산 203승 105패 평균자책점 3.38을 남겼다. 67차례의 완투를 했고 완봉승을 20번이나 기록한 ‘강철 어깨’를 자랑했다.양대리그에서 모두 사이영상을 받았다. 통산 270승 153패 평균자책점 3.68을 올린 무시나는 1992년부터 2008년까지 17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올린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10번째 도전 만에 명예의 전당에 오른 마르티네스는 통산 타율 3할1푼2리 309홈런 1261타점 2247안타를 기록했다. BBWAA 투표를 통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최초의 지명 타자라는 기록을 세웠다.
반면 현역 시절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도 금지 약물을 사용했단 오명 때문에 외면 받아온 ‘로켓맨’ 로저 클레먼스(57)와 ‘홈런왕’ 배리 본즈(55)는 이번에 나란히 7번째 도전에 나섰지만 명예의 전당 헌액이 무산됐다. 클레먼스와 본즈는 각각 득표율 59.5%, 59.1%로 기준선 75%에 미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