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자리 지킨 강신욱, ‘패자의 품격’ 빛났다

허윤수 기자I 2025.01.15 15:09:44

제42대 체육회장 선거서 4위 그치며 낙선
다른 후보들과 달리 끝까지 자리 지키며 축하 인사 건네
"스포츠에서 졌다고 축하 없이 떠나는 건 예의 아니다"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의 당선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가 보여준 패자의 품격도 빛났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으로 당선된 유승민이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에서 두 손을 들고 감사를 표하고 있다. 강신욱 후보가 박수로 축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신욱 대한체육회장 후보자가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에서 소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체육회장 선거에서 전체 투표수 1209표(무효 3표) 중 417표를 얻은 유승민 후보가 새로운 체육계 수장으로 선출됐다. 3선을 노렸던 이기흥 현 회장은 379표를 얻는 데 그치며 고배를 마셨다.

이번 체육회장 선거는 역대 가장 많은 6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유승민 당선자와 이기흥 후보 외에도 강신욱 후보,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총장,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오주영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이 체육장 수장 자리에 도전했다.

이날 투표에 앞서 6명의 후보는 오후 1시께 정견 발표를 통해 자신을 향한 지지를 마지막으로 호소했다. 후보자들의 정견 발표가 끝난 뒤 150분의 투표 시간이 주어졌다. 이후 개표 작업을 거쳐 결과 발표가 이뤄졌다. 오후 6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차례로 정견 발표 순서를 기다리던 후보들을 다시 볼 순 없었다. 유 당선자와 강 후보만이 개표 발표를 앞두고 다시 무대에 올랐다. 4개의 의자는 텅 비어 있었다.

4명의 후보는 선거 결과를 미리 접한 뒤 자리를 떴다. 각 선거 캠프 인원이 참관인으로 개표 과정에 참여하기에 공식 발표에 앞서 결과를 접할 수 있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 역시 미리 결과를 알고 돌아간 거 같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 1번 이기흥 후보자, 기호 2번 김용주 후보자, 기호 3번 유승민 후보자, 기호 4번 강태선 후보자, 기호 5번 오주영 후보자, 기호 6번 강신욱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제42대 대한체육회장으로 당선된 유승민이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에서 두 손을 들고 감사를 표하고 있다. 이날 결과 발표 현장에는 이기흥, 김용주, 강태선 오주영 후보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당선인인 유승민 후보를 제외하면 강신욱 후보만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강 후보는 당선자 발표가 나오자 유 당선자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이후 악수하고 등을 두드리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선거 기간 유 당선자를 향해 페이백, 선수 바꿔치기 등의 의혹도 제기했었으나 경쟁이 끝난 뒤엔 축하하는 걸 잊지 않았다.

강 후보 측 관계자는 15일 이데일리에 “스포츠 경기에서 상대 팀에 우승을 내줬다고 축하도 안 하고 나가버리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다른 후보가 당선됐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강 후보를 지지해 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감사 인사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강 후보는 120표를 얻으며 6명의 후보 중 4위를 기록했다. 스포츠에서 강조되는 정신은 ‘페어플레이’와 ‘스포츠맨십’이다. 경기에선 뜨거운 경쟁을 하더라도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엔 악수와 포옹을 나눈다.

이런 선수들을 아우르는 수장에 도전했다면 끝까지 걸맞은 품격을 보일 필요가 있다. 패배에도 경쟁자를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지킨 강 후보의 품격은 누구보다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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