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골프 여자부 금메달에 명예의 전당 입회, 8년 만의 메이저 우승에 이어 뉴질랜드 시민 훈장까지. 여자 골프 세계랭킹 3위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2024년을 돌아보며 “기대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둬 아직도 꿈만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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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작년을 돌아보면 동화 같은 한 해였다. 2022년 성적이 올라오고 2023년 너무 부진해서 자신감을 잃었는데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명예의 전당 입회 조건을 채웠고 이어 2주 뒤엔 8년 만에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는 등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일이 계속 일어났다”며 “꿈이라면 깨지 않기를 바랄 정도로 감사한 한 해를 보냈다”고 돌아봤다.
리디아 고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후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 그리고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올림픽에서 3개의 메달을 모두 차지하는 대기록을 썼다. 남녀 골프 선수를 통틀어 올림픽에서 3개의 메달을 모두 획득한 선수는 리디아 고가 유일하다. 뉴질랜드 국적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리디아 고는 지난해 12월 말 뉴질랜드 시민 훈장(Dame Companion)을 받았다.
파리올림픽 금메달은 단순한 메달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는 “작년 새 시즌을 시작하면서 별표를 쳤던 대회가 올림픽이었다”면서 “그런데 개막전 우승 뒤 톱10 진입 횟수가 줄었고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하면서 걱정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고 그 과정이 내게 큰 자신감을 줬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파리올림픽 경기 마지막 18번홀 세컨드샷을 끝내고 페어웨이를 걸어가면서 ‘아픔을 극복하고 이겨낸 게 자랑스럽다’라고 저 자신에게 말했다”며 “골프가 업도 있고 다운도 있는 운동이지만, 여러 번 큰 시련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이제는 안 되더라도 다시 올라올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주변 도움에 감사..남편 만난 건 큰 복”
2024년을 뜻깊게 보낸 리디아 고는 주변의 도움에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리디아 고는 “주변 사람들에게 ‘저는 인복이 많다’고 여러 번 말한 적이 있다”며 “자신감을 잃었을 때도 늘 응원해 주셔서 그나마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 아마도 상위권에 있는 선수 가운데 저처럼 기복이 심한 선수도 없는 거 같다. 슬럼프를 겪는 선수가 모두 이겨내고 다시 올라오지 못하기도 하는데, 감사하게도 저는 힘든 시기를 보낸 만큼 지금은 더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가족의 응원과 코치, 트레이너 등 팀원들의 지원과 노력 덕분이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2014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데뷔한 리디아 고는 첫해 상금랭킹 3위, 2015년 1위, 2016년 2위 등 최강자가 됐다. 그러나 2019년엔 48위까지 떨어졌고 2021년 5위, 2022년 1위로 부활한 뒤 2023년 90위로 추락하는 등 기복을 보였고 2024년 3위에 올랐다.
2023년 이시우 스윙코치와의 만남도 지금의 성과에 도움이 됐다. 그는 “코치님이 가르치는 스타일이 워낙 심플하고 몸을 어떻게 하면 잘 쓰는지 중점적으로 지도하는 데 그런 부분이 나와 잘 맞았다”며 “새벽 4시에 전화해서 스윙을 봐달라고 해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열정이 많다. 선수로서 그런 코치와 함께 일하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날은 공개 석상에서 잘 하지 않던 남편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리디아 고는 “남편에게 표현을 다 하지 못했지만,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많이 이해해주고 특히 큰 대회 때마다 현장에 와서 응원해줘 큰 힘이 되고 있다. 작년 AIG 여자오픈 경기 땐 공이 떨어져서 필요한 순간에 호텔까지 달려가서 가져다줄 정도로 잘 챙겨줬다. 저를 위해 희생해줘서 고맙고 그런 사람을 만났다는 게 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2022년 12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 정준 씨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새 시즌 목표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
2025년 새 시즌을 준비하는 리디아 고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꺼내 들었다.
2014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데뷔한 리디아 고는 통산 22승을 거뒀고 그 중 에비앙 챔피언십(2015년), ANA 인스퍼레이션(2016년·현 셰브론 챔피언십), AIG 여자오픈(2024년) 3개 메이저 대회를 제패했다. US여자오픈과 위민스 PGA 챔피언십 2개 대회 중 하나 이상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다.
리디아 고는 “남은 골프 인생에서 가장 큰 목표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며 “열심히 노력하면 꿈이 또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다고 해서 은퇴하고 못한다고 해서 은퇴를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수로서 남은 활동 기간 목표가 있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꼭 이뤄보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LPGA 투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은 5개 메이저 대회(셰브론 챔피언십,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 에비앙 챔피언십, AIG 여자오픈) 중 4개 이상 우승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열린 이벤트 대회 그랜트손튼 인비테이셔널을 끝으로 2024시즌 활동을 모두 마친 리디아 고는 오는 1월 30일 열리는 LPGA 투어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로 새 시즌을 시작한다.
리디아 고는 “좋은 성적을 거뒀을 때를 보면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적중률 70% 이상 보냈을 때였다”며 “올해는 둘 다 73% 이상 치는 것이 목표로 샷감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약 3주 동안 이어질 훈련 기간에는 새로운 걸 시도하기보다는 제 것을 만드는 데 집중하면서 준비하겠다”라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