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2' 양동근 "20대 연예인병→30대 병풍 역할…가치 달라져"[인터뷰]②

김가영 기자I 2025.01.06 15:36:10

양동근, ‘오징어 게임2’ 출연 인터뷰
"내려놓고 시작하니 20년 만에 좋은 기회"
"샴페인 일찍 터뜨리지 않으려 노력"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연기가 예술작업인데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미장센이 되자고 생각을 했어요. 여러 프레임이 모여 동영상이 되는 거지만 잘라서 보면 그림, 그림, 그림이잖아요. 한 컷, 한 컷에 대한 가치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배우 양동근이 10대, 20대, 30대를 거쳐 40대가 되며 연기적인 가치관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6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그러저러 했던 배우라면 이젠 새롭게 물감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의 붓질, 그러니까 그 디렉션에 필요한 물감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빨간색 물감이 필요하면 빨간색 물감, 노란색 물감이 필요하면 노란색 물감. 그러면 멋진 그림이 나올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양동근은 1987년 데뷔해 아역시절부터 연기를 했다. MBC ‘논스톱’, ‘네 멋대로 해라’ 등 주연으로 작품을 이끌며 흥행까지 이뤄냈다.

그는 지난 날을 떠올리며 “10년 주기로 연기적인 접근이 달랐던 것 같다. 30대 얘기를 하면 바닥을 치고 단역을 했다. 병풍이었다. 10대 20대에는 병풍은 없었다”라며 “20대 때 시나리오 쌓였던 배우가 병풍까지 가게 되는 것은 마음을 다잡지 않고 가치관·연기론을 바꾸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양동근은 “배우고 묵히고 감을 잡아온 10대를 보낸 게 20대 때 완전히 터졌다. 20대 때 빵 터졌는데 밑천이 다 떨어지고 매너리즘이 오고 연예인병 걸리고. 그래서 30대 때 병풍으로 쫙 보냈다”라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완전히 마음이 낮아지고 가난해지고 그러면서 40대를 맞이했는데 이렇게 좋은 작품에도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 공개 직후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 기준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12월 넷째 주(23~29일) 공개 첫 주 기준 4억 8760만 시청 시간을 기록(넷플릭스 톱10 공식 홈페이지 집계 기준)하며 시즌1(4억 4873만 시간)을 앞섰다.

양동근은 상습적인 도박으로 목 끝까지 빚에 잠겨 있다. 빚을 갚기 위해 참여한 게임에서 엄마도 참여했음을 알게 되는 용식 역을 맡아 출연했다.

양동근은 “인기 있었던 것은 굳이 따져보자면 20년 전이다.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라고 20대를 짚었다. 이어 “롤러코스터를 탔고 인기 있는 작품에 출연하다가 바닥도 치고 끝까지 가고 다시 시작을 했다”라며 “서른 즈음에 다시 단역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쌓아오고 있었는데 열심히 묵묵히 새로운 마음으로 하다 보니 너무 감사하고 좋은 기회가 왔다. 예전에 이런 작품이 왔으면 많이 달랐을 것 같다. 미국에서 입국 안 했을 지도 모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세 아이의 아빠, 한 가정의 가장이 된 만큼 그에게 이런 흥행은 이전과 다르다. 그는 “이 큰 일은 아이들에게도 큰 기쁨이 되는 일이라서 좋다”라며 “넷플릭스에서 굿즈들이 어마어마하게 오는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다. 학교에도 가지고 간다. 굉장히 좋아하고 우리 집에선 큰 일”이라고 밝혔다.

2015년 MBC ‘네 멋대로 해라’로 큰 사랑을 받은 양동근은 “그 이후 20년 동안 내세울 만한 인기가 없었는데 드디어 만났다”라며 “그 어떤 걸로도 기록과 기억, 인상이 대체가 안됐다”고 털어놨다.

양동근은 “배우로서 경신하려고 발버둥 칠 때는 그런 일이 안 왔는데 제가 배우의 길을 내려놓고 다시 저로 돌아와 아빠, 남편, 가장의 삶을 우선순위로 두고 열심히 살다 보니 다시 이런 기회가 오더라”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롤러코스터를 겪은 만큼 ‘오징어 게임2’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도 달랐다. 그는 “이 작품 자체도 시작할 때 파티라고 생각을 했다. 이 작품처럼 우리나라 연기 어벤져스를 같이 볼 수 있는 자리도 없고 그 사람들과 오랜 시간 같이 있고 ‘연기를 어떻게 하지?’, ‘결과를 어떻게 하지?’ 생각하고 계산하면서 가는 사이즈의 작품도 아니지 않나. 고민, 염려 이런 것 다 치우고 새 마음, 새 뜻으로 이 작품하는 동안 파티를 즐겨야지 하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또한 “아무것도 몰랐던 20대 때 그 자리를 맛 봤다가 곤두박질을 쳐본 사람으로서, 스케일은 다르지만 그와 비슷한 이런 기회와 자리가 왔을 때 저도 모르게 아주 자연스럽게 당연한것처럼 조심스러워진다”라며 “먼저 샴페인을 따려고 하는 사람들 봐도 입버릇처럼 제 자신에게 ‘이거 다 거품이야’, ‘거품 빠지고 얘기하자’라고 생각을 한다”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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