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2015년 개봉해 544만 관객을 모았던 오컬트 영화 ‘검은 사제들’ 이후 10년 만에 돌아온 스핀오프 작품이기도 하다. 송혜교는 소년을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금지된 의식에 나선 주인공 유니아 수녀 역을 맡았다. 송혜교가 스크린으로 돌아온 건 ‘두근 두근 내 인생’(2014)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검은 수녀들’은 송혜교가 ‘더 글로리’ 이후 택한 차기작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로맨스물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송혜교는 첫 장르물 ‘더 글로리’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국내 각종 시상식 대상 트로피를 휩쓸었다.
송혜교는 ‘더 글로리’로 연기 찬사를 받은 이후 복귀작으로 ‘검은 수녀들’을 선보이는 부담이없었는지 묻자 “그런 부담감보단 첫 장르물인 ‘더 글로리’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재미를 본 것 같다. 다음에는 어떤 다른 장르물로 연기를 할 것이며, 그때 연기하는 내 모습이 어떨까 궁금증도 생겼다”라며 “그러다 보니 장르물 위주로 시나리오 대본 찾느라 바빴던 기억이다. 나의 어떤 모습을 대중이 선호하며, 어떤 연기를 선호하시는지 공부할 기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되돌아봤다.
용감하고 강인한 ‘유니아’란 캐릭터의 매력에도 마음이 갔다. 송혜교는 “실제의 나였다면 도전하지 못했을 용감한 선택을 하는 여성이라 더욱 멋지게 느껴졌다. 그가 수녀이기 이전에 같은 사람으로서 큰 결심과 용기를 낸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더 글로리’로 만나기 전까지 로맨스 드라마로 시청자를 만났던 만큼, 반복되는 연기에 스스로도 지루함을 느끼던 차였다고도 고백했다. 그는 “제대로 된 장르물을 한 게 이번이 두 번째다. 이전에는 다들 아시다시피 멜로 드라마를 더 많이 했다. 물론 사랑과 그 사랑의 아픔엔 여러 종류가 있으나 큰 흐름은 하나이지 않나. 결국 모든 사랑 후 이별하는 마음은 같은데 그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이 보시는 분들 입장에선 너무 오랫동안 비슷한 캐릭터들을 하니 재미가 없어지신 것 같더라”며 “연기를 하는 나 역시 그랬다. 연기하는 사람이 재미가 없는데 보시는 분들도 당연하지 않을까. 그러다 ‘더 글로리’를 만나니 새로운 경험을 한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필모그래피 처음으로 구마의식 장면을 촬영하며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고. 송혜교는 “살면서 처음 찍어본 신이라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 물론 결과는 관객들이 판단해주실 것”이라고 전했다.
송혜교는 역할을 위해 처음 흡연에 도전하는가 하면, 거친 욕설까지 소화했다. 그는 “예전에 ‘두근두근 내 인생’ 할 때도 욕설하는 대사가 있었는데 당시 제가 연기를 너무 못했다. ‘시X’이란 대사였는데 ‘그 억양이 아니다’라며 많은 지적을 받았었다”고 고백하며 “당시 제가 30대 초반이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자연스레 (욕설 연기 실력도) 나아진 것 같더라. 그래서 욕하는 연기하거나 할 땐 전처럼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대신 흡연 연기가 큰 숙제였다고 토로했다. 송혜교는 “살면서 몸에 안 좋은 건 하나만 하자는 주의라 술은 좀 마셔도 흡연은 안 했다. 처음 대본을 받았는데 흡연을 하는 장면이 생각보다 꽤 많더라”며 “유니아의 첫 등장이 흡연 장면인데 거짓말하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하면 유니아의 모든 게 가짜가 될 것 같았다. 흡연하는 주변의 친구들의 도움으로 촬영 6개월 전부터 담배 피우는 연습을 했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처음에 담배를 시작할 때가 특히 힘들었다. 아무래도 안 피우다 피우니까 목도 좀 아팠다”고 덧붙였다.
송혜교는 영화 내내 수녀복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등장한다. 수녀복을 입으며 의상이 주는 도움을 받았냐 묻자 그는 “오히려 편했다. 머리 스타일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됐다”라며 “준비시간이 하루에 거의 20분밖에 안 걸려서 그 부분이 너무 편했고. 수녀복만 입으면 돼서 너무 좋았다. 또 편하게 있다가도 수녀복을 입는 순간에는 ‘자 이제 나가자’ 변신하는 듯한, 마인드가 장착되는 느낌도 받았다”고 말했다.
장르물 두 작품을 겪으며 여배우로서 대중에 예뻐보여야 한다는 외모 강박에서도 스스로 자유로워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외모는)내려놓은지 좀 됐다. ‘더 글로리’ 때부터 내려놓은 듯하다”는 너스레로 웃음을 선사했다.
실제로도 “장르물을 하니까 배우들에게 대주는 반사판도 없더라. 아예 안해주시더라. 이 작품도 그렇고 ‘더 글로리’ 때도 그 장르의 색과 영화 톤에 맞게 배우의 얼굴 빛을 조정해주셨다”라며 “그래서 그 역할에 더욱 어울리게 잘 표현이 된 것 같다. 물론 오늘같은 인터뷰 자리나 광고, 행사에서는 예뻐보이고 싶어서 빡세게 꾸민다. 그래도 이젠 내가 40대도 됐고, 더 이상 얼굴로 작품에서 승부 볼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연기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도 이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은 수녀들’은 오는 2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