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 재공지 24시간도 안 돼 또 취소... 선거운영위 재구성부터

허윤수 기자I 2025.01.10 17:35:15

축구협회, 23일로 예정된 선거일 취소 발표
선거운영위 "책임 다하는 게 불가능해 전원 사퇴"
한 차례 연기 이어 선거운영위 재구성부터 시작해야
"다음 주 중 선거 관련 내용 공지할 것"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또다시 미궁에 빠졌다. 선거운영위원회 재구성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를 하루 앞둔 7일 법원이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회장 후보가 낸 협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허 후보는 지난달 30일 축구협회를 상대로 협회장 선거가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선거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관계자들이 선거 관련 토론회 현수막을 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를 하루 앞둔 7일 법원이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회장 후보가 낸 협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허 후보는 지난달 30일 축구협회를 상대로 협회장 선거가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선거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는 10일 “선거운영위원회 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전날 공지했던 선거 일정은 취소됐다”라고 전했다.

선거운영위원회는 맡은 바 책임을 다했으나 근거 없는 비난이 계속되며 맡은 바 책임을 다하기 어렵다고 배경을 밝혔다. 선거운영위원회는 “선거와 관련한 모든 절차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수행했다”라면서 “선거 기간 여러 차례 근거 없는 비난과 항의가 제기됐다”라고 말했다.

선거운영위원회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 취지를 존중하면서 후보자 측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노력했음에도 악의적인 비방만 지속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운영위원회가 정상적으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심사숙고 끝에 위원 전원의 사퇴를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는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게 됐다. 애초 축구협회장 선거일은 지난 8일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0일 허정무 후보가 서울중앙지법에 선거운영위원회의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선거 관리를 이유로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허정무 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은 축구협회장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선거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해 선거 절차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만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라며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의 판단에 축구협회는 선거일이 잠정 연기됐다고 발표했다. 이후 법원의 일부 지적 사항을 보완한 세부 일정과 함께 오는 23일 연기된 선거를 치른다고 9일 밝혔다. 그러자 허 후보와 신문선 후보 측은 동의한 적이 없는 일방적인 통보라며 즉각 반발했다.

허 후보 측은 “가처분 신청 배경의 근본적인 해결 없이 급하게 선거일을 정하고 통보하는 식의 결정이 돼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신 후보 측도 “법원에서 선거운영위원회의 불공정, 불투명을 지적하며 선거가 중지됐는데 어떻게 다시 선거운영위원회를 믿느냐?”라고 반문했다.

허 후보와 신 후보는 축구협회장 선거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몽규 후보를 향해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몽규 회장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축구협회 정관에 따르면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 처분을 받은 사람은 축구협회 임원이 될 수 없다.

축구협회는 특정 감사 재심의를 신청했으나 문체부는 지난달 2일 기각을 결정해 통지했다. 재심의 신청이 기각되면서 축구협회는 한 달 안에 처분 요구 사항을 원안대로 이행해야 한다. 정 회장에 대한 중징계 처분도 내달 2일까지 이뤄져야 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선거에 출마한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분석학과 초빙교수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현관에서 법원 가처분으로 중지된 축구협회장 선거와 관련한 입장을 밝힌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 후보는 이런 점 때문에 선거운영위원회가 선거를 빠르게 진행하려고 한다며 “후보 자격을 잃을 상황에 내몰린 정 후보와 축구협회가 이성을 상실한 듯 막무가내 행동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허 후보도 “1월 말 이전에 마무리해야 할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를 염두에 둔 무리한 선거 강행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라며 정 후보 측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한 차례 연기에 이어 두 번째로 정한 선거일까지 무산되면서 축구협회장 선거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됐다. 9일 오후 5시 25분 선거일을 재발표했으나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10일 오후 3시 50분 다시 선거 일정 취소 소식을 전했다. 첫 예정일이었던 8일을 넘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축구협회는 “선거운영위원회 재구성 문제를 포함해 추후 회장 선거 진행의 전반적인 사항을 논의하겠다”라며 다음 주 중 관련 내용을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를 하루 앞둔 7일 법원이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회장 후보가 낸 협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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