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또다시 승부조작 덫에 빠지다

이석무 기자I 2013.02.06 13:55:39
유럽 축구 승부조작 사건에 대해 유로폴 관계자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유럽 축구가 또다시 승부 조직의 덫에 걸렸다. 과거의 악몽이 재현될 위기에 놓였다.

유럽 공동 경찰기구인 ‘유로폴’은 지난 4일 네덜란드 헤이그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드컵과 유럽 챔피언스리그 예선전을 포함해 30개국 680여 경기에서 승부 조작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 규모도 상상을 초월한다. 역대 최대 승부조작 스캔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로폴에 따르면 싱가포르와 중국의 범죄 조직이 유럽 각국 브로커를 통해 선수와 심판에게 돈을 건네 승부 조작을 지시했다. 관련된 심판과 선수만 425명에 이르고 각국에서 발부받은 체포 영장만 80여 개나 된다. 범죄 조직은 승부조작을 통해 약 800만유로(12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고 선수와 심판 등 매수에 200만유로(30억원)가 쓰였다.

유로폴은 구체적으로 어떤 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졌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2009년 10월 20일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3차전 데브레첸(헝가리) 대 피오렌티나(이탈리아)전이 대표적인 승부조작 사례라고 보도했다.

이 경기는 원정팀 피오렌티나가 4-3 역전승을 거뒀는데 두 팀 합쳐 전반에만 무려 6골이 나왔다. 독일 경찰이 수사한 결과 베팅 업체를 운영하는 크로아티아계 독일인 안테 사피나라는 인물이 심판을 매수하는 등 승부조작에 깊이 관여한 사실을 밝혀냈다.

덴마크 신문 역시 2009년 9월16일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 E조 데브레첸-리버풀(잉글랜드)의 경기에서 데브레첸의 골키퍼 승부조작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A매치에도 승부조작의 악령이 손을 뻗쳤다. 2009년 9월 펼쳐진 리히텐슈타인 대 핀란드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럽예선 경기는 브로커에게 돈을 받은 주심이 경기를 조작한 케이스다. 주심은 후반전에 석연치 않은 페널티킥을 선언해 핀란드의 승리를 도왔다.

2011년 2월 터키에서 열린 볼리비아-라트비아 평가전과 불가리아-에스토니아 평가전도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승부조작 의심을 받은 경기다.

FIFA도 다시 불거진 승부조작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했다. 랄프 무슈케 FIFA 안전국장은 “전 세계 축구계가 승부조작과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사법당국 등 외부 도움이 없으면 해결하기 어렵다”며 “승부조작은 세계적인 문제이며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는다. 사법당국과 스포츠기구 간의 협력체계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부조작 파문의 배후로 지목된 싱가포르도 심각성을 인식하기는 마찬가지다. 싱가포르는 이번 사건으로 말미암아 ‘깨끗하고 청렴하다’는 국가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싱가포르 경찰은 “승부조작 사건에 싱가포르인이 연루됐다는 발표가 나온 만큼 유로폴의 수사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며 “이 사건을 엄격하게 처리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그동안 세계 축구계는 크고 작은 승부조작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건은 2006년 이탈리아 축구계를 발칵 뒤집었던 ‘칼치오폴리’. 당시 유벤투스. 피오렌티나, 라치오, 레지나 등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클럽들을 포함해 무려 11개 팀이 승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유벤투스는 앞선 두 차례 우승 기록을 박탈당하고 세리에B(2부리그)로 강등됐고 AC밀란과 피오렌티나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다.

한국에서도 2008년 K3(3부 리그)와 실업축구에 이어 2011년 K-리그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터져 큰 홍역을 앓은 바 있다. 아직 이번 사건과 한국이 연관됐다는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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