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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방송사 간판 격인 수목미니시리즈가 꼴찌다. ‘역도요정 김복주’(이하 ‘역도요정’)는 3.3%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해 2회 3.3%, 3회 4.4%, 4회 4.6%를 기록했다. 호평에 힘입어 2위인 KBS2 ‘오 마이 금비’와 시청률 격차를 조금씩 줄여가고 있지만, ‘오 마이 금비’를 꺾더라도 1위인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화미니시리즈 ‘불야성’은 위태로운 2위다. 지난 21일 첫 방송 시청률 6.6%로 출발해 2회 6.3%, 3회 5.5% 등 점진적인 하락세다. 전작 ‘캐리어를 끄는 여자’(이하 ‘캐리어’) 또한 월화극 2위를 기록했지만 8~9% 시청률을 이어가다 두 자릿수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캐리어’의 전작인 ‘화려한 유혹’, ‘몬스터’ 등이 흔들림 없는 콘크리트 시청률로 꾸준히 사랑 받은 것과도 비교된다.
주말극과 일일극도 비슷한 양상이다. 주말극 ‘불어라 미풍아’는 SBS ‘우리 갑순이’에 밀렸고, 주말극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는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침극 ‘언제나 봄날’, 일일극 ‘행복을 주는 사람’, ‘황금 주머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각에선 투자 부재를 원인으로 꼽는다. SBS는 근래 공격적으로 제작비를 늘려 ‘푸른 바다의 전설’ 등 굵직한 작품을 편성했다. ‘달의 연인-보보경심려’처럼 결과가 다소 아쉬운 작품도 있지만, 최근에는 ‘낭만닥터 김사부’(월화), ‘푸른 바다의 전설’(수목)으로 주중 미니시리즈 올킬이란 성과를 거뒀다. 올해 ‘태양의 후예’라는 메가히트작을 내놓은 KBS는 KBS미디어, KBSN과 400억 원을 공동 투자해 몬스터유니온이란 공룡 제작사를 설립했다. 업계의 우려는 존재하지만,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자구책이기도 하다. 온라인으로 선공개된 드라마 ‘마음의 소리’가 뜨거운 지지를 받는 등 조금씩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순수하게 이야기의 힘으로 성공한 예도 있다. ‘역도요정’ 전작인 ‘쇼핑왕 루이’다. ‘쇼핑왕 루이’는 수목극 꼴찌로 출발해 정상을 다투며 마무리됐다. 신인 작가가 집필을 맡고, 톱스타가 출연하지 않아 방송 전 최약체로 분류됐다. 본사 제작으로 외주 홍보사를 기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따뜻한 로맨스가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고, 주역인 서인국과 남지현이 재평가 됐다. 방영 중인 MBC 드라마 일부 작품 역시 역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쇼핑왕 루이’와 같은 기적이 MBC에서 또 벌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