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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는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등 지금은 영화계를 이끄는 대표 감독들의 데뷔작과 함께 성장하며 최연소 누적 1억 관객 배우로 거듭났다. 신인 감독들과의 시너지로 익히 알려진 하정우가 영화 ‘브로큰’으로 신인 김진황 감독의 장편 데뷔작에 함께해 눈길을 끈다.
줄거리는 심플하다. 하나뿐인 동생의 죽음을 겪은 전직 조폭이 동생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고자 사라진 동생의 아내를 찾아 거침없는 추적을 감행한다. 하정우가 연기한 주인공 ‘민태’의 상황과 감정선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한다. 이밖에 죽은 동생 석태(박종환 분), 석태의 아내 문영(유다인 분), 문영의 책상에 놓여있던 베스트셀러 책을 쓴 작가 호령(김남길 분), 민태와 석태의 전 조직 두목 창모(정만식 분), 창모의 조직에서 알게 된 동생으로 민태와 동행에 함께하게 된 병규(임성재 분)까지. 의도를 알 수 없는 주변인물들도 차례차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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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로 변신한 하정우의 열연이 특히 인상적이다. 무미건조한 표정 속에 이글거리는 분노를 품은 채 한 인물을 쫓아가는 ‘민태’의 모습과 상황이 하정우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황해’ 속 캐릭터 구남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다만 하정우는 ‘황해’ 때의 초심, 축적된 연륜, 집중력을 바탕으로 구남과 또다른 결의 새로운 추적 캐릭터를 완성했다. 한 인물을 찾아내겠단 맹목적 목표를 바탕으로 추적에 위협이 되는 모든 자극들을 폭력으로 제거해나가는 시한폭탄같은 인물 ‘민태’를 완성한다. 최근작들에선 만날 수 없던 본능적이면서도 야수적인 얼굴이 새롭고 반갑다.
칼, 총 대신 아무렇게나 잘린 쇠 파이프를 든 하정우의 투박하고 거친 액션 시퀀스도 캐릭터, 스토리의 매력과 합을 이뤄 몰입도를 높인다.
그러나 불친절한 설명, 2025년 감상하기에 살짝은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 및 톤앤매너는 숙제가 될 전망이다. 전직 조폭이 과거 몸담은 조직과 갈등을 겪는 설정, 조폭들의 삶과 극 중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 2000년대 초반을 연상케 만드는 영화의 배경이 기시감을 유발한다. 배우 김남길이 연기한 ‘호령’ 캐릭터가 ‘민태’와 대립각을 세우며 지속적인 긴장감을 유발할 훌륭한 장치가 됐지만, 그 외 다른 캐릭터들은 ‘민태’의 목적을 위한 기능적 캐릭터로 소모되는 듯한 인상도 지울 수 없다.
2월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