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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 일정은 지난 8일이었으나 하루 전날 이를 취소하고 지연 행사를 예고했다. 하지만 같은날 금감원이 긴급 회의를 열고 콜옵션 행사에 우려를 표했고, 이후 한국예탁결제원이 금감원의 불승인 공문을 받아들이며 롯데손보의 콜옵션 행사는 일단 ‘멈춤’ 상태가 됐다. 결과적으로 롯데손보가 금융당국의 승인 없이 상환을 강행한 것을 두고 법규 위반 이슈까지 불거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롯데손보는 주주 구성이 일반 보험사 구성과 달라 장기적 자본 확충에 어려움이 있다. 금융업은 남의 돈을 맡아 관리하는 업종이기 때문에 주주 구성과 관계없이 금융업으로서 자본 (요건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롯데손보가 자체적으로 자본 확충 계획을 마련해서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대주주가 사모펀드…유상증자 쉽지 않아
보험사가 자본 확충을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유상증자다. 일반적으로 금융지주 산하 보험사는 증자를 통해 킥스 비율 조정에 나선다. 지난 3월 신한이지손해보험은 신한지주로부터 1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고, 지난해 하나금융은 하나생명에 2000억원, 하나손해보험에 1000억원 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직접적인 증자 대신 보험 계열사가 발행한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지주가 인수하는 방식의 지원도 가능하다. 지난해 농협손해보험이 발행한 사모 신종자본증권 4500억원을 농협금융이 전액 인수한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롯데손보 최대주주가 사모펀드라는 점이다. JKL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롯데손해보험을 3700억원에 인수했다.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4호 블라인드 펀드(2000억원)와 프로젝트펀드(2000억원), 인수금융 등을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4호 펀드의 주요 출자자(LP)는 우정사업본부, 산업은행, 산재보험기금, 교직원공제회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사모펀드는 LP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에 자금 활용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미 롯데손보 인수 과정에서 4000억원의 자금과 추가 유상증자에 3600억원을 태운 만큼 LP들이 추가 출자에 동의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쉬운 방법인 증자가 롯데손보에겐 가장 어려운 수단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더욱이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매각을 추진 중인 만큼 추가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신평사도 저격한 투자 행태…“무리한 회수가 문제”
사모펀드 대주주의 한계는 홈플러스 사태에서도 지목된 바 있다. MBK파트너스가 지난 3월 단기 자금 상환 부담을 이유로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을 하자 신용평가사는 사모펀드의 무리한 투자금 회수가 (회생 신청의) 근본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사실상 MBK파트너스의 투자 행태를 저격한 꼴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사모펀드의 경영참여 확대로 부각되는 신용도 점검 항목’ 보고서를 내고 “사모펀드가 피투자기업에서 지나치게 이익을 회수하는 행위가 투자자와 피투자기업 채권자에게 쌍방 손해를 촉발한다”며 “내부적으로 정한 시점까지 피투자회사를 매각하지 못하면 배당이나 유상감자 등으로 투자이익을 회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도 사모펀드 대주주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지난 8일 롯데손보 관련 긴급 설명회를 갖고 “사모펀드는 일반 주주에 비해 단기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유인구조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MBK-홈플러스 사태처럼 사모펀드 대주주 사례를 이슈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