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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은 안방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1차전에서는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뒀고 2차전은 먼저 두 세트를 내준 뒤 내리 세 세트를 가져오는 극적인 역전드라마를 썼다.
흥국생명은 앞으로 1승만 추가하면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챔프전까지 석권하는 통합우승을 이룬다. 그날이 바로 오늘이 될 수 있다.
김연경은 우승 여부와 상관없이 올 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챔프전은 그의 선수로서 마지막 무대다. 이미 정규시즌 동안 V리그 역사상 최초의 ‘은퇴 투어’도 진행했다.
김연경은 은퇴를 앞둔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2차전에선 22득점에 공격성공률 43.90%를 기록하며 흥국생명의 대역전승을 견인했다. 15점제인 5세트에서는 혼자 6점을 책임지기도 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김연경의 고공강타가 불을 뿜었다. 마치 전성기 시절 모습을 그대로 보는 듯 했다. ‘패장’ 고희진 정관장 감독조차 “오늘 김연경은 정말 대단했다. 내가 정관장 감독을 3년 하면서 본 그의 최고의 경기였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지만 김연경은 감상에만 젖어있지 않다. 2022~23시즌 챔프전의 아픔이 머리속에 남아있다. 당시 흥국생명은 한국도로공사와 챔프전 1~2차전을 먼저 이겼지만 이후 3~5차전을 내리 내주면서 ‘리버스 스윕’의 희생양이 됐다. 그런만큼 어떻게 해서든 3차전에서 승부를 마치겠다는 의지가 남다르다.
김연경은 “팬들도 우리가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며 “대전 원정에서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러가지 상황은 흥국생명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챔프전 직행으로 체력적인 부분에서 훨씬 우세한데다 2차전 역전승을 통해 분위기까지 잡았다. 흥국생명이 스스로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3차전 역시 유리하게 풀어갈 가능성이 크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절대 조급하게 경기하지 않겠다”며 “챔피언결정전은 무슨 일이든 다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부상 선수들이 즐비한 정관장은 홈팬 앞에서 어떻게 해서든 1승이라도 따낸다는 각오다. 리베로 노란이 허리 통증에도 진통제를 맞고 코트에 나서고 있고 세터 염혜선과 주포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 미들블로커 박은진 등도 부상을 안은채 경기를 치르는 중이다.
고희진 감독은 “우리는 경기 당일이 돼야 (부상 선수 가운데) 누가 출전할지 알 수 있다”면서도 “13년 만에 올라온 챔피언결정전이 3패로 끝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