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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물밑 조율 '삐거덕'…美 관세 앞두고 코너 몰린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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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I 2025.07.25 00:00:47

구윤철, 미국행 비행기 탑승 직전 협상 취소
에너지, 안보 등 연계해 관세 문제 푸는 한미
"韓, 모든 카드 꺼내놓고 협상 타결 서둘러야"

[이데일리 김정남 김형욱 김은비 기자] 한미 양국이 미국에서 진행하려던 2+2(재무·통상) 고위급 통상협의가 돌연 취소됐다. 다음달 1일 25%의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미국 측이 더 강하게 한국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 일본과 비슷한 대미 투자펀드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추가적인 카드를 더 꺼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미 간 ‘2+2 통상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려던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굳은 표정으로 나서고 있다. 기재부는 언론 공지를 통해 “미국과 예정됐던 2+2 협상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으로 인해 개최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24일 관가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스콧 베선트 장관의 긴급 일정을 이유로 기획재정부 측에 2+2 통상협의 취소를 통보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항공편 탑승을 위해 인천공항까지 갔다가 탑승 직전 이 소식을 접하고 발길을 돌렸다.

한미는 원래 구 부총리와 베선트 장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마주한 2+2 협의로 관세 문제를 풀어나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키를 쥔 양국 재무장관의 만남이 무산된 만큼 협상의 판은 사실상 깨진 모양새가 됐다. 최악의 경우 내달 1일로 예고된 상호관세 부과 전 만남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베선트 장관이 25~29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방문에 동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현지 소식통 등에 따르면 한국 정부 측은 이번 관세 문제를 푸는데 있어 에너지, 안보 등을 연계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개념에 열려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 게 대표적이다. 양국은 물밑에서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로 증액 △일본(5000억달러)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의 대미 투자펀드 조성 △미국산 사과 수입 제한 철폐 등을 논의하고 있다는 얘기들도 흘러나온다. 워싱턴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미국 정부는 소고기 시장 개방을 협상 카드로 쓰지 않겠다는 한국 입장에 대해 다소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양국간 물밑 조율에 더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번 통상협의 취소는) 미국 내부 요인일 수도 있지만 한미간 이견이 아직 좁혀지지 않아서 만남이 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관가 안팎에서는 추가적인 카드를 통해 협상 타결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런 와중에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전격 만찬 회동을 진행해 관심이 모아진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15일 구광모 LG그룹 회장, 21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22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각각 회동을 한데 이어 이날 이재용 회장과 만났다. 관세 문제를 푸는데 있어 ‘대기업 역할론’이 점차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보다 주요 대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고용 확대 계획이 더 효과가 클 것이라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한국이 제시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열어두고 협상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주요 기업인들이 미국에 특사로 날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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