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외교가에 따르면 최근 방한한 나가시마 아키히사 일본총리 보좌관은 한국 측에 역사문제 관리를 위한 3대 원칙으로 △단기적인 이해득실에 얽매이지 말고, 양국의 장기적 전략 이익을 잊지 말 것 △과거의 합의(정부 담화 등)를 최대한 존중하고, 결코 후퇴하지 말 것 △양국 국민들을 용기를 가지고 설득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나가시마 보좌관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최측근 인사다.
우리 정부 역시 일본이 먼저 과거의 합의를 존중하는 가운데 ‘후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선제적으로 냈다는 점에서 이번 3대 원칙을 높게 평가하는 기류다. 이재명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열고 “한국과 일본이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고 이보다 앞선 일본의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리셉션에도 영상을 통해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발전이 이뤄지길 소망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첫 한일정상회담에서 과거사에 대해 큰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사 문제를 덮어두자고 생각하는 게 아니다”라며 “과거 문제는 과거대로 논하되, 과거 문제가 현재와 미래 협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잘 관리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일본에서는 이 대통령이 당선되며 지난 문재인 정권 때처럼 과거사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한일 관계가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실용외교와 한미일 공조 차원에서의 한일관계를 강조하며 일본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과거사문제는 오랜 시간이 누적됐고 국민감정도 엮인 만큼,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일본과의 대대적인 관계개선에 나섰던 윤석열 정권도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인 사도광산의 추도식 문제가 발생하며 진통을 겪었다. 이 와중에 일본은 다른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아시오광산과 구로베 댐에 대해서도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역사교과서 검정문제, 일본군 강제 위안부 문제, 독도 영유권 주장, 유력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참배와 공물 봉납 등도 매해 반복되는 갈등 요소다.
올해 일본 내 종전 80주년을 맞아 이시바 총리가 ‘담화’를 준비 중인 가운데, 이 담화 내 반성 수준에 따라 일본을 둘러싼 국민 감정이 날카로워질 수 있다. 현재 이시바 총리는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일인 오는 8·15에 아베 신조 총리의 담화 내용을 계승하는 수준의 메시지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전 총리는 2015년 담화에서 “일본은 지난 대전에서의 행동에 대해 거듭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명해 왔다”며 ‘과거형’으로 사죄하고 사죄 숙명을 후대에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태도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의 전후 50주년 담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전후 60주년 담화에 각각 사죄와 반성의 뜻이 ‘현재형’으로 분명히 담긴 것과 대비된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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