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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찰은 직접수사를 내려놓아야 한다. 검찰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고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진 것은 직접수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검사가 직접 수사를 내려놓아야 준사법기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상 ‘수사’는 재판에 제출할 증거를 수집하는 활동을 말한다. 따라서 검사가 공소의 제기 및 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한 검사의 수사권에 대한 법적 근거는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은 검찰이 그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되 문제가 되는 직접수사 부서의 폐지를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검찰, 경찰 모두 복잡한 고소, 고발 사건 처리에 수년 간이 걸릴 정도로 처리 능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능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같은 전문 수사기관 설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수청을 설립한다면 수사역량에 관한 한 최고로 평가받는 미국 FBI(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연방수사국)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FBI에는 변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화이트칼라 범죄, 사이버 범죄, 지식재산권 침해 등 복잡한 법률해석을 수반하는 수사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검사로 재직 중 뉴욕 맨해튼 등을 관할하는 ‘뉴욕남부연방검찰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부검사장 준 김(Joon Kim) 은 ‘검찰’과 ‘FBI’의 관계에 대해 “FBI는 검사의 자문을 받으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검사가 직접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FBI에게 요청한다. 재판에도 FBI 수사관이 참여하면서 검사와 함께 대응한다”라고 설명했다.
수사는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내기 위한 활동이므로 수사관과 검사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지금과 같이 검·경 간 불편하고 느슨한 관계로는 중대범죄에 효과적 대응이 어렵다. 중수청이 검찰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갖추려면 법무부 장관의 감독을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경우 FBI를 비롯해 마약단속국(DEA), 주류·담배·총기·폭발물단속국(ATF), 미 연방보안관(U.S. Marshals Service) 등 많은 전문 수사기관을 법무부(DOJ) 산하에 두고 있다. 전문 수사기관들이 연방 검찰(US Attoney)과 함께 공판을 수행하면서 복잡한 범죄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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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찰도 사법경찰의 수사가 잘못됐거나 미진하다고 하소연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수사기록만 형식적으로 검토해서는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사건 관계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봐야 한다. 미국 검사도 수사기록만 보고 기소하지 않는다. 기소대배심(grand jury) 절차를 통해 증인, 물증 등에 대한 조사 후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기록 검토만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억울한 피의자를 걸러낼 수 없다.
직접 수사를 내려놓는다면 검찰에게 이런 보완수사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할 이유가 없다. 이마저도 못한다면 기록 검토만으로 이뤄지는 부실한 기소와 무기력한 공판 대응으로 무죄가 속출할 것이다. 검사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겠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