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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공공기관 개혁, 경영평가 혁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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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I 2025.07.23 06:30:00
좋은 평가제도란 무엇일까. 모든 평가제도는 네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타당성, 신뢰성, 수용성, 실용성이다. 그러나 현재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이 네 가지 기준 모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첫째, 평가의 타당성 문제다. 경영평가는 기관이 본연의 사명과 고유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와 내년의 경영평가 기준을 보면, 국민에 대한 공공서비스 성과보다는 재무성과에 과도한 비중을 두고 있다. 전체 100점 중 14점에서 21점이 재무성과에 할당돼 정부 예산을 받아 위탁사업을 수행하거나 수익 창출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기관들까지 높은 비중의 재무성과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몸무게를 재는데 체중계 아닌 줄자를 사용하는 격이다.

평가 지표가 기관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획일적으로 설정돼 있는 것도 문제다. 해외 진출이 본업이 아니거나 무관한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진출 지원 성과’ 지표로 평가를 받는다. 부처들이 자신들의 정책을 공공기관 평가 지표에 끼워 넣어서다. 그 결과 기관들은 본연의 임무보다 부차적 업무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게 된다. 결국 국민이 받아야 할 공공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둘째, 신뢰성 문제도 심각하다. 경영평가는 단순한 보고서 검토가 아닌, 전문가의 전문적 판단이 핵심이다. 그러나 실제 평가위원 구성에서 반복적으로 전문성 부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평가위원이 기관을 평가하게 되면, 평가결과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평가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의사결정 구조에 민간위원 참여를 확대하는 등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받는 평가제도로 거듭날 수 있다.

셋째, 수용성 문제다. 평가제도는 피평가기관이 정당성과 필요성에 공감할때 효과를 발휘한다. 타당성과 신뢰성이 낮다면 수용성도 낮을 수밖에 없다. 기관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획일적인 지표와 재무성과 중심의 결과만을 강요하는 시스템은 현장에서 수용되기 어렵다.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유형별로 보다 세밀한 평가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형평성만 강조하며 기관 간 단순 비교에만 집중한다면, 국민과 기관 모두로부터 신뢰를 얻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실용성의 문제다. 실용성이 낮다는 것은 제도 운영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는 뜻이다. 기업에서 인사평가가 중요하다고 해서 매주 평가하지 않는 이유는 실용성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매년 연말부터 다음 해 상반기까지 핵심 인력을 경영평가 대응에 집중 투입한다. 경영평가에서 제기된 모든 지적사항은 마치 ‘절대선’처럼 여겨지고, 이에 따라 개선활동이 강요된다. “1년 내내 경평 준비만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변화와 혁신보다는 “이번 평가만 잘 넘기자”는 식의 단기 성과주의가 공공기관 경영에 만연해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기존 경영평가제도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보다 나은 제도를 위해 시급성을 기준으로 올해 평가지표부터 개선에 나서야 한다. 42년간 이어져온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더 업그레이드된 지속가능한 제도가 되기를 바란다.

<임효창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한국고용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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