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앱에서 집주인·공인중개사 행세를하며 부동산 사기 행각을 벌여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다른 부동산업자가 관리 중인 매물을 자신들 소유인 것처럼 속여 임대료를 빼돌리는 방식으로 수억원을 빼돌렸다. 서울 강서구·서대문구 일대의 투룸 전세·반전세 매물이 표적이 됐고, 피해자 대부분 2030세대 청년층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임대차계약 시 소유자와 계약금 송금 계좌주 명의가 다를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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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서울 강서구·서대문구 일대 오피스텔·빌라 매물 주소, 사진, 비밀번호 등을 확보한 뒤 중고거래앱에 게시했다. 이어 매물에 관심을 보이는 피해자들에게 자신들을 ‘공인중개사’나 ‘집주인’으로 소개하며 “바빠서 직접 보여줄 수 없다”며 주택 주소, 비밀번호를 전달해 이용자들이 스스로 주택을 확인하도록 유도했다. 피해자들이 계약을 원할 경우에는 대면하지 않고 계약할 수 있는 비대면 전자계약 플랫폼을 통해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안내했다.
문제는 이들이 제시한 매물이 모두 허위매물이었다는 점이다. 소개된 매물은 대부분 빈집 상태로, 이들 일당은 직접 소유·관리하지 않는 주택을 마치 자기들이 관리하고 잇는 것처럼 피해자들에게 보여줬다. 해당 주택을 실제 소유·관리 중인 부동산 업자들조차도 해당 범행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일부 부동산 중개업자가 공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호실을 여러 명에게 중복으로 보여주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매물 대다수가 고가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빌라 위주였던 탓에, 피해자 대다수는 1990~2000년대생의 젊은 층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시세보다 저렴한 반전세 조건에 끌려 연락한 경우가 많았다. A씨 등은 한 피해자당 1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까지 뜯어냈고,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51명, 피해 금액은 총 3억 5000만원에 달한다.
범행은 계약금 편취에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수시로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계약금을 대포통장으로 받은 뒤 이를 가상화폐로 전환해 수사망을 피해왔다. 일부 피해자를 대상으로는 음란물을 이용한 협박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기임을 인지한 피해자가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자 지인들에게 음란 사진을 유포하겠다며 범행 수위를 높인 것이다.
이아란 서울 마포경찰서 수사1과장은 “중고거래앱과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을 악용한 유사 범행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시세보다 현저히 저렴한 매물은 반드시 의심하고 대한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중개사 명의와 사무소 등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임차 목적물의 소유자와 계약금 수령인의 명의가 다를 경우 대포계좌일 가능성이 높으니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A씨 일당 외에도 연루 가능성이 있는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유사 수법을 활용한 조직적 사기 시도에 대해서도 수사망을 넓혀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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