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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코 관계자는 “첫 시행하는 공적 배드뱅크 사업인 만큼 법적·회계적 검토가 필수적이다”며 “정책 취지에 맞게 구제 대상 선정과 법령 해석, 회계 처리까지 최대한 명확히 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기존 부실채권 정리와 달리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공적 배드뱅크인 만큼 자본금 조성부터 회계처리 기준, 법적 책임소지까지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캠코가 자문 강화에 나선 배경으로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회계적 문제에 대한 우려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는 정책 성공에만 방점을 두고 있지만 실무를 맡은 캠코는 정책 리스크를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몸을 사리고 있다”며 “이번 자문 발주는 공공기관도 이번 사업을 불안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배드뱅크 사업은 출범 전부터 논란이 적지 않다. 정부는 장기 연체자 구제 취지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강조했지만 구제 대상 선정과정에서의 형평성·도덕적 해이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금융위가 강조한 ‘유흥·도박 빚 제외’ 원칙은 현실적으로 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융사 대출이 대부분 신용대출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출자가 용도를 ‘생활자금’으로 적으면 자금이 도박이나 유흥에 쓰였는지 추적 자체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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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보호 논란도 있다. 정부는 배드뱅크 운영법인(SPC)이 채무자의 동의 없이 소득·재산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신용정보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SPC가 채권 매입 심사 과정에서 채무자의 재산 상태를 검증하려는 조치지만 개인정보 보호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신용정보업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이와 관련해 캠코가 자문용역을 통해 법 개정 필요성, 정보 수집·활용 법적 근거, 채무조정과 소각 대상 기준, 자산양수도 회계처리 방식, 민원 발생 대응방안 등을 자문받기로 한 것도 리스크 사전 차단 차원으로 해석된다. 자문과정에서 업계 우려가 정식으로 제기되면 정부가 예정한 3분기 사업 추진 일정에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무자 구제라는 명분 아래 공공기관이 법적 리스크와 회계 부담을 모두 떠안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정부가 정책 설계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실제 시행 주체로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