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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씨는 온몸에 다발성 손상을 입었으며,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0.08% 이상이었다.
한 씨가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함께 차에 탔던 한 씨의 남편은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한 씨는 당시 고속도로 편도 2차로 중 한가운데인 2차로에 자신의 벤츠 승용차를 정차한 뒤 차에서 내렸다가 뒤따라온 택시와 올란도 승용차에 잇따라 치여 숨졌다.
사건 발생 초기 한 씨가 왜 고속도로 한가운데 차량을 세우고 내렸는지 의문이 증폭됐다.
한 씨 부부가 차 안에서 나눈 대화는 블랙박스 녹음 기능이 애초에 꺼져 있어서 녹음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차량 탑승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한 씨 남편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한 씨 남편은 경찰에서 “내가 소변이 급해 차량을 세우게 됐고 인근 화단에서 볼일을 본 뒤 돌아와 보니 사고가 나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해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당시 유튜브 영상에서 “택시가 처음 한 씨와 차량을 들이받았을 때 ‘끽’ ‘쾅’하는 소리가 남편에게 들렸을 것”이라며 “지금 가장 슬픈 사람이 (한 씨의) 남편일 테지만 경찰이 그를 상대로 철저히 조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씨 남편은 아내가 가드레일이 설치된 갓길이나 가장자리 3차로가 아닌 고속도로 한가운데 차를 세운 이유에 대해서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편이 차에서 내린 뒤 10여 초가량 지나 운전석에서 내린 한 씨는 차량 뒤쪽으로 걸어가 트렁크 앞에 멈춰 섰고, 그 자리에서 몸을 1∼2차례 숙이고 좌우로 비트는 행동을 한 직후 사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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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씨 남편은 아내의 음주 여부에 대해 “사고 당일 영종도에서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면서도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한 씨가 술에 취해 운전했고 당시 승용차 조수석에 한 씨 남편이 탔던 사실 등을 근거로 남편이 아내의 음주운전을 알았지만 말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한 씨 남편은 “술에 취한 상태여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같은 해 11월 초 경찰로부터 사건 관련 기록 일체를 넘겨받은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2부는 보강 수사 끝에 2021년 5월 14일 한 씨 남편에 음주운전 방조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다.
음주운전 방조 혐의는 고의로 음주운전을 방조한 정황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이 쉽지 않다.
술을 마신 자에게 차량 열쇠를 준다거나 태워달라는 식으로 음주운전을 부추기는 등 적극적으로 방조 하지 않는 이상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 않다.
실제로 음주운전을 말렸지만 거부했다고 주장하거나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해 처벌받지 않은 사례도 있다.
이러한 허점을 메우기 위해 ‘음주운전 동승 금지’ 항목을 만들어 운전자의 음주 사실을 알고도 차에 함께 타면 운전자와 같은 수준으로 처벌해야 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 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본에서는 음주운전 적발 시 이를 방조한 차량 제공자, 동승자, 주류제공자 등 주변인도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엔 이하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