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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은 대통령 힘 있을 때만 가능…선거·국민투표는 분리해야”[만났습니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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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석 기자I 2025.06.09 05:00:00

보수 정치원로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 인터뷰
"4년 중임제 개헌 바람직…결선투표도 고민할 만"
"선거-개헌 함께하면 野 협조 얻기 어려워"
"협치의 핵심은 인사…DJ 정부 사례 참고해야"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개헌은 대통령이 힘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당선 직후인 지금이 가장 적기다. 다만 개헌 국민투표는 선거와 병행하면 성공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 선거와 꼭 분리해 추진해야 한다.”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5선 의원 출신으로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을 지낸 그는 계파에 얽매이지 않는 온건하고 합리적인 보수 원로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
그는 두 번의 비극적인 탄핵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 개헌을 이 대통령의 가장 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전 부의장은 20대 국회에서 30년 만에 가동된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21대 국회에서도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공동 위원장으로 활동한 대표적인 개헌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 전 부의장은 “지금은 급한 대통령 4년 중임제 권력구조 개헌만 해도 된다”며 “1987년 개헌 이후 성공한 대통령이 없는 역사를 이제는 중단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전 부의장은 개헌 국민투표는 반드시 선거와 분리할 것도 제안했다. 선거와 연결해 개헌 논의를 진행할 경우 야당은 정부·여당의 ‘정부심판론’을 흐리려는 전략이라고 비판하며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22대 국회는 압도적 여대야소 지형이긴 하지만 개헌을 위해서는 107석을 가진 국민의힘의 협조도 필요하다.

협치와 타협을 강조한 이 전 부의장은 이 대통령이 인사를 통한 협치를 특히 강조했다. 김대중(DJ) 정부가 이회창 캠프에서 일한 이규성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중용해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다음은 이 전 부의장과의 일문일답.

-이 대통령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민생이 어려우니 경제 문제가 먼저다. 특히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살려야 한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미국과 통상 문제 특히 관세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권력구조 개헌이 새 대통령의 가장 큰 아젠다가 돼야 한다.

-대다수 대통령이 개헌을 약속했으나 실패했다.

△역대 대통령이 선거 때는 다 개헌을 한다고 했으나 취임한 뒤에는 항상 개헌 이슈가 뒤로 밀렸다. 개헌 이슈가 대통령이 하고 싶은 여러가지 개혁의 동력을 실종시킬 수 있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또 다시 탄핵을 겪은 이번에는 그러면 안 된다. 대통령이 개헌과 정치개혁을 주도해 임기 초에 빨리 해야 한다. 개헌은 대통령이 힘이 셀 때만 힘을 받을 수 있다.

2020년 5월 이주영 국회부의장이 본회의에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어떤 방식의 개헌을 제안하나.


△대통령 임기를 국회의원 선거와 맞춘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안한 원포인트 개헌 내용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4년 동안 잘 하면 한 번 연임(중임)이 될 수 있고 못하면 한 번으로 끝나도록 해야 정책의 연속성도 생기고, 대통령도 연임하기 위해 더 잘하려고 노력하지 않겠나.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 등도 언급되지만 이 부분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먼저 하고 차후에 해도 된다. 이 대통령이 후보시절 제안한 결선투표제 도입도 좋은 방안이다.

-개헌 국민투표를 2026년 지방선거 또는 2028년 총선과 함께 하자는 의견이 많다.

△선거와 개헌을 같이 묶으면 대개 야당이 크게 반대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한 게 2007년 1월이었는데 그해 12월에 대선이 있었다. 대선이 1년도 안 남은 시점에서 개헌을 제안하니 당시 야당에서는 정부 심판론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순수하지 못한 의도라고 비난했다.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개헌 국민투표는 대선 직후나 지방선거 직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선 직후가 가장 좋다.

-선거와 별도의 개헌 국민투표는 큰 비용이 발생시킨다.

△물론 비용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비용 때문에 못한다고 하면 영원히 개헌을 못할 수 있다. 비용이 드는 것 보다는 지금은 권력구조 개편이 훨씬 더 급하고 중요한 문제다.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인구가 많은 대도시 지역은 중대선거구제(1개의 선거구에서 2인 이상을 선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이 당선될 수 있기에 소수정당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수정당이 등장하면 협치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대선거구제로 지역구 의원을 좀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 비례대표도 중앙당이 일괄 공천하는 게 아닌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서 지역에서 오랫동안 정치활동을 하는 이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비례대표도 당만 아닌 후보자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개방형 명부제)도 고민해야 한다.

-미국과의 통상협상은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까.

△대통령이 먼저 나서도 좋지 않을 수 있다. 대통령이 모든 패를 먼저 보여주면 이후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 톱다운(Top Down) 방식보다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협상이 바람직하다.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됐다가 ‘노딜’로 끝난 2019년 북한과 미국의 하노이정상회담을 기억해야 한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
-국민 통합이 커다란 숙제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실종된 상태다. 현재 상태로 가면 (정치성향의)양극화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대화와 타협으로 가기 위한 정치 리더십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기본이 협치이며 소통이다.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좋은 예다. 그는 8년 임기 모두 여소야대 지형이었음에도 의회의 뒷받침을 받았다. 레이건 대통령 기념관에 가면 업무시간을 분석을 해놨는데, 8시간 업무 중 3시간은 회의 등 통상업무를 하고 평균 3~5시간은 소통에 투자했다고 한다. 여야 의원들 모두와 많이 만났고, 언론인과도 소통을 많이 했고, 비서진이 작성한 연설문을 자신의 언어로 바꿔 설득력을 높였다. 모두 소통을 위한 노력이다.

-많은 인사들이 인사를 통한 협치를 강조한다.

△윤석열 정부는 검사 위주 혹은 (정권 핵심이)아는 사람들 위주로만 인사를 했다. 국민들이 바람직하게 보지 않았고 국민적 지지도 받지 못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선 후 이회창 후보 캠프에 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중용했다. 인사를 통한 협치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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