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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는 대선 시작 국면에서부터 이 후보의 정치적 장벽으로로 작용했다. 대통령 후보 등록은 가장 빨랐지만, 대선이 진행되면서 국민의힘 측의 이재명 후보를 막기 위해 ‘반명 빅텐트’를 강조하면서 단일화 압박은 거셌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물론 권성동 원내대표까지 선거 직전날까지 이 후보의 사퇴를 전제로 한 단일화를 촉구했다.
최근 TV 토론회에서 논란이 된 ‘젓가락’ 발언도 이 후보에게 위기를 안겼다. 발언의 원천이 상대 당 대선후보의 가족이라는 점을 들어 방어했지만, 여성과 아동이 시청하는 방송에서 부적절한 표현이 사용됐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확산되며 결국 사과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유세 현장에서도 한 여성 유권자가 “사과하실 말씀 없으신가. 굉장히 불쾌했다”며 공개적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된 위기 속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낸 만큼, 이준석 후보와 개혁신당 모두 향후 보수 진영 내에서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과정에서 4월 초 선관위가 일정을 확정했을 당시 6만여 명이었던 개혁신당 당원 수는, 이날 기준 11만7248명을 기록하며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이준석 후보가 노리는 것은 차기 대선에서 이기는 것”이라며 “‘이재명’과 대립하고, 또 대결했다는 의미만으로 어마어마한 정치적 자산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단일화 불발로 인해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 남은 아쉬움은 향후 과제로 남는다. 지난 대선 당시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가 이재명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됐고, 이에 범진보층 유권자들이 정의당을 외면하면서 22대 총선에서 국회 진입에도 실패한 바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유승민 전 의원도 2017년 대선 출마와 2018년 지방선거 공천 문제로 보수 진영 완패에 일정 역할을 하지 않았나”라며 “그 결과 거부 정서가 강해졌고, 이준석 후보 역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보수층 내 반감이 커질 수 있다.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진보 진영의 정의당처럼 될 위험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보수 진영 내에서 이준석 후보에게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책임론을 제기하려면 국민의힘이 정상 작동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책임론이) 변수로 작용할 수는 있으나, 이번 사태의 책임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에도 있는 만큼, 이 후보에게는 재기의 기회가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