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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EU와 인도의 FTA 협상단은 전체 20개 챕터 중 8개 분야에서 합의에 도달했다. 양측은 연내 타결을 목표로 FTA 체결을 추진 중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위협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합의가 이뤄진 분야는 원산지 규칙, 지적재산권 등 비교적 논란이 적은 영역이다. 관세·통관 등 실무적이고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진전이 있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자동차·주류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선 최종 논의가 남아 있다.
이번 협상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EU가 인도의 요구를 수용해 유제품, 쌀 등 ‘민감한’ 농산물(식품) 분야를 협상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그만큼 EU와 인도를 옥죄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낙농국으로, 전체 노동력의 절반 가까이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최근 대규모 농민 시위 등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우유·유제품·쌀 등 주요 농산물에 대한 고율 관세를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EU는 양측 모두에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시장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인도는 최근 영국과 체결한 FTA처럼 주류·자동차·섬유·공산품 등에 한정해 관세 인하를 논의하고 있다. 자국 농업 보호와 산업 육성이라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FT는 “이러한 진전은 EU와 인도 간 FTA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양측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유제품 등을 제외한 것은 인도 농부와 우유 가공업체에 큰 안도감을 줄 것”이라고 짚었다.
물론 양측의 견해가 대립하는 지점도 있다. 예를 들어 EU가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인도의 철강·시멘트·화학 등 중공업 수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인도는 적용 유예나 완화 등 추가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은 오는 7월 초 12차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며, 연내 타결을 목표로 남은 쟁점에 대한 논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