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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세울 때 주차돼 있던 버스와 부딪히기도 했다. 버스 운전자는 “(이 씨가) 차 세운다고 하다가 감기약 먹어서 감각이 늦어가지고 제 차 뒤를 조금 쳤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주차장 직원에게 사고가 났다는 말을 듣고 모퉁이를 돌아 다른 곳으로 차량을 옮겼고, 그 사이 이 씨의 차와 같은 차종이 현장에 주차했다.
병원 진료를 마친 이 씨는 엉뚱한 주차장을 찾아가 자신이 차를 댄 곳과 20m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주차장 직원은 “(이 씨에게) ‘고객님 오늘 저희한테 차 안 맡기셨는데’ 그랬더니 ‘아 제가 그런가요?’ 그러고 집에 갔다”고 말했다.
이 씨는 병원에 가기 전 찾은 주유소 세차장에서 후진하라는 직원의 손짓에도 앞으로 돌진해 벽을 들이받기도 했다. 또 세차장을 빠져나온 뒤에는 신호등이 없는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불법 좌회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24일 오후 9시부터 약 1시간 45분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 씨는 “공황장애 약을 먹고 몸이 아팠을 때는 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씨와 함께한 변호인은 이 씨가 10년간 공황장애를 앓아왔고, 사건 전날도 처방 약을 먹었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직접 운전해서 병원에 간 것이었다고 해명하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주의”라고 했다.
이 씨는 이날 취재진에게 조사 과정을 설명하다 “가슴이 좀…”이라며 말을 잠시 멈추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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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는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도 강화된다.
다만 현행법상 운전을 할 수 없는 정도인지 판단하는 기준이나 투약 이후 일정 시간 운전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상세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운전자 스스로 경각심을 가져야 하고, 병원이나 약국에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씨는 지난 8일 오후 2시께 강남구 논현동에서 약물 복용 상태로 운전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이 씨가 자신의 차량과 차종이 같은 다른 사람의 차를 몰아 경찰에 절도 의심 신고가 들어왔고, 경찰이 시행한 약물 간이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도 양성 결과를 내놓으면서 피의자로 전환됐다.
이 씨는 다른 사람의 차량을 운전한 데 대해 “내 차 키를 손에 들고 있었고, 차량 문이 열린 상태였다. 운전한 차량의 키도 차량 내부에 있어 시동이 걸린 것”이라며 주차 관리 요원의 단순 실수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씨의 진술을 분석한 뒤 처분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