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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이 시작된 건 잡종지가 쪼개지면서다. 2007년 다른 공유자가 공유물분할을 청구했고 2008년 9월 법원은 잡종지를 여러 필지로 나누면서 그중 68.5㎡짜리 한 필지를 원고 단독 소유로 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피고가 그동안 마당으로 써 온 17.3㎡는 그 원고 명의 토지 안에 들어가 있었다. 원고는 2010년 자기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래도 피고는 평상을 치우지 않았다. 어느 시점에 원고가 그 17.3㎡를 비워 달라며 인도를 청구하자 피고가 맞소송을 냈다. 1994년부터 20년 넘게 자기 땅으로 알고 점유해 점유취득시효(민법 제245조)가 완성됐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등기까지 자기 앞으로 옮겨 달라고 했다.
1심과 항소심은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점유를 시작할 때 자기 땅이라고 믿었다면 자주점유로 본다는 논리였다. 나중에 자기 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사정만으로 점유의 성격이 곧장 바뀌지는 않는다고 했다. 피고가 공유물분할 판결 전후로 평상을 치우거나 점유 모습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였다.
대법원은 이 결론을 뒤집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한 토지를 여럿이 공유하면서 그중 한 사람이 그 땅 전부를 쓴다면 원칙적으로 다른 공유자의 지분만큼은 남의 땅을 점유하는 셈이 된다. 타주점유다. 다만 공유자들이 미리 자리와 면적을 정해 각자 쓰기로 약속하고 그 면적만큼 지분을 사들였다면 사정이 다르다. 등기상 공유여도 그 점유는 자기 땅을 점유하는 자주점유로 본다. 1994년 피고가 잡종지 지분을 사면서 자기 집 옆 17.3㎡를 마당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자주점유에 해당한다.
원심과 대법원이 갈리는 지점은 그다음이다. 공유물분할 판결이 확정되어 그 17.3㎡가 원고 단독 소유로 넘어가면 종전 공유자가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어도 점유의 성격은 달라진다. 등기부에는 명백히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혔다. 분할 소송의 당사자였던 피고가 그 등기 변동을 모를 수 없었다. 그때부터 피고의 점유는 남의 땅을 점유하는 셈이 된다. 대법원은 2008년 9월 공유물분할 판결이 확정된 그날을 기점으로 피고의 자주점유가 타주점유로 끊겼다고 봤다.
이 차이는 작지 않다. 자주점유 기간이 1994년부터 2008년까지 14년으로 끊기면 시효 완성에 필요한 20년을 채우지 못한다. 그 뒤로 17.3㎡를 계속 마당으로 썼더라도 남의 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상태에서 한 점유는 시효의 기초가 되지 않는다.
부동산 분쟁에서는 점유의 시작점만큼이나 도중에 그 성격이 바뀌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공유 토지를 나누는 판결이 확정되면 등기부에는 새 주인의 이름이 적힌다. 그 시점부터는 같은 자리에 같은 평상을 두더라도 점유는 시효취득의 시간으로 쌓이지 않는다. 그래서 30년 가까이 마당으로 써 온 그 17.3㎡는 끝내 피고의 땅으로 남지 못했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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