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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데이터 업체 시리움(Cirium)에 따르면, 4월 중순 이후 전 세계 항공사들은 5월 운항 스케줄에서 약 1만 3000편의 항공편을 취소하고 약 200만 석의 좌석을 줄였다. 4월 10일 기준 1억 3200만석이었던 5월 글로벌 공급 좌석은 4월 21일 1억 3000만 석으로 쪼그라들었다.
항공유 가격 1년 사이에 두 배 ‘껑충’
감편 사태의 배경에는 역시 이란·중동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정제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길목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에스앤피(S&P) 글로벌이 집계한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제트연료 가격은 올해 4월 기준 배럴당 217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2025년 연평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남짓 사이에 두 배 넘게 뛴 셈이다.
항공유는 항공사 전체 운영비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비용 항목이다. 연료비가 단기간에 두 배로 뛰면, 유류할증료를 아무리 올려도 수요가 약한 노선에선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 승객이 높은 항공권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이탈하면, 빈 좌석을 채우지 못한 채 비싼 연료만 태우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여기에 물리적인 공급 부족까지 겹쳤다. 중동 전쟁 여파로 일부 공항에서는 현지 급유 물량 자체가 부족해, 연료를 구하지 못해 항공기가 뜨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결국 항공사들은 수익성이 낮거나 급유 여건이 불안한 노선부터 감편을 단행하고, 한정된 연료를 장거리·고수익 노선에 집중 배분하는 방식으로 노선망을 재편하는 중이다.
국내 항공권 유류할증료는 5월부터 사상 처음으로 최고 단계인 33단계에 진입했다. 국내 항공사 유류할증료는 아시아 항공유 거래의 기준 가격인 싱가포르 항공유 MOPS(Mean Of Platts Singapore·싱가포르 플래츠 평균가) 평균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MOPS 평균은 지난 3월 16일~4월 15일 사이 배럴당 214.71달러(약 31만원)까지 치솟았다. 두 달 사이 6단계→18단계→33단계로, 총 27단계가 한꺼번에 뛰어오른 것이다.
실제 승객이 체감하는 부담도 급격히 커졌다. 대한항공의 5월 국제선 편도 유류할증료는 최소 7만 5000원에서 최대 56만 4000원으로 올랐다. 전월(4만 2000원~30만 3000원) 대비 약 두 배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편도 기준 8만 5400원에서 47만 6200원으로 인상했다. 저비용항공사(LCC)도 마찬가지다. 제주항공 등의 5월 국제선 편도 유류할증료는 52달러(7만 7000원)~126달러(18만 6000원)으로, 4월 대비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인천발 국제선 감편 사례도 증가세
인천발 국제선 감편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 업계에 따르면 4~5월 인천공항에서 취소·감편된 국제선은 이미 200편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은 연료비 급등을 이유로 4~5월 인천발 국제선 4개 노선에서 최소 14회(왕복 기준)를 감편했다. 중국 창춘·하얼빈·옌지, 캄보디아 프놈펜 노선이 대상이다. 에어프레미아도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에서 5월 2일부터 24일까지 8편, 인천~뉴욕(뉴어크) 노선에서 5월 6~7일 2편 등 총 10편을 비운항하기로 결정했다. 인천~로스앤젤레스(LA)와 인천~호놀룰루 노선에서도 4월 20일부터 5월 31일 사이에 각각 26편, 6편이 비운항 처리됐다.
근거리 동남아 노선도 타격을 받았다. 이스타항공은 5월 한 달간 인천~베트남 푸꾸옥 노선에서 50여 편의 운항을 전면 중단한다. 연료비 급등에 더해 푸꾸옥 현지 급유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외항사인 비엣젯항공도 인천~푸꾸옥 노선을 4월 7일부터 5월 1일까지 전편 취소했고, 인천~다낭·나트랑 노선도 각각 주 5회, 주 6회로 운항 횟수를 줄였다.
항공 데이터 업체 시리움의 리처드 에반스 수석 컨설턴트는 “5월 전 세계 항공 공급은 이미 약 3% 줄었고, 세계 20대 항공사 중 19곳이 감편에 나섰다”며 “위기가 길어질수록 추가 감편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