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실수 없다"…첩보 영화 방불케 한 `尹 체포 6시간`

손의연 기자I 2025.01.15 16:20:31

장기전 예상했지만 단시간에 체포작전 마무리
대규모 인원 투입에 경호처 수뇌부 수사 `심리전`도
경호처 물리적 충돌 없이 작전 수행

[이데일리 손의연 송주오 김형환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15일 내란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했다. 12·3 계엄사태가 발생한 지 43일 만이다. 공조본은 이날 본격적으로 인력을 투입한지 약 6시간 만에 윤 대통령을 체포하는 데에 성공했다. 1차 체포영장 집행에서 실패를 맛본 공조본은 이날 2차 집행을 위해 관저 안팎에 40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며 역대급 작전을 펼쳤다.

특히 이번 작전이 물리적 충돌 없이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던 데에는 대통령경호처의 적극적인 제지가 없었던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이 배경엔 체포영장 집행 전 대통령경호처 수장을 먼저 수사하면서 경호처 내부를 동요하게 한 경찰의 흔들기 작전이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경찰이 차벽을 넘기 위해 사다리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경찰, 인력 총동원…관저 안팎서 우려하던 충돌 없어

공조본은 이날 오전 4시께부터 관저 앞에 집결해 영장 집행을 준비했다. 이어 5시27분 윤 대통령 측 변호인에 체포영장을 제시하며 집행에 본격 착수했다. 공조본은 5시47분께 관저 진입을 시도했고 1차, 2차 저지선을 통과해 오전 8시께 3차 저지선인 초소에 도달했다. 이 과정에서 매봉산 등산로로 체포조가 투입되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이후 공수처와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윤갑근 변호사의 협의가 2시간여 이어진 끝에 오전 10시33분 윤 대통령이 체포돼 공수처로 호송됐다.

이번 공조본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은 장기전으로 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단시간에 마무리됐다. 지난 3일 1차 집행 당시 경호처가 강하게 반발했고 일반 사병까지 동원한 점을 고려해 2차 집행에서도 물리적 충돌로 인한 유혈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집행에 앞서 경호처 직원들이 무장하고 있는 장면까지 공개된 탓이다.

하지만 이날 관저 안팎에서 큰 충돌은 없었다. 1차 저지선과 2차 저지선, 3차 저지선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 협의만 있었을 뿐 경호처와의 특별한 대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이 물리적 충돌에 대비해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을 총동원하면서 경호처에 대한 사전 제압에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이 주도한 2차 집행에선 공수처 40명, 경찰 1100명을 동원하며 1차 집행(공수처 30명, 경찰 120명)보다 인력을 크게 늘렸다. 장애물 제거조, 제압조, 체포·수색조로 나눠 체계화된 작전도 준비했다. 이날 체포 작전엔 공수처 파견팀 형사 570명, 수도권 안보수사대 450여명, 인천 반부패·형사기동대 100여명 등이 동원됐다.

아울러 경찰은 관저 앞에 기동대 54개 부대, 3200여명을 배치해 혹시 모를 지지자들과의 충돌을 막았다. 윤 대통령 체포 소식이 알려지면서 집회 참가자들이 격한 행동을 보이긴 했지만, 1명의 부상자가 발생해 병원으로 이송됐을 뿐 다른 충돌은 없었다.

15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경호처 저항 없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나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경호처 반발 거의 없어…‘경호처 무력화 작전’ 통했다

이번 체포 작전이 성공한 배경엔 경호처가 1차 집행 때 영장 집행을 저지했던 것과 달리 공조본의 영장 집행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이유가 크다. 경호처는 공조본의 진입에 큰 저항 없이 길을 터줬다. 경찰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경호처 직원의 반발 시 현행범 체포 후 분산호송해 조사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지만 갈등 없이 마무리되며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경찰은 1차 집행 이후 경호처 수뇌부 등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면서 출석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해왔다. 그 과정에서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사직하며 경찰 소환조사에 응했고, 경호처 내부에도 균열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 전 처장 대신 관저 경호를 총괄한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 대해서도 세 차례 출석을 요구했고 이에 김 차장이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다. `온건파`로 분류된 박 전 처장이 경찰의 수사를 받고 `강경파`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역시 체포당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경호처 직원들이 강경 대응을 자제했다는 것이다. 전날 윤 대통령 변호인과 김 차장 등이 ‘법적 문제가 없으니 잘 대응해 달라’는 취지로 독려했지만 직원들의 움직임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다만 경찰은 윤 대통령을 체포한 상황에서 ‘대통령 경호 업무를 마쳐야 한다’는 경호처의 입장을 받아들여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을 체포하지 않았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이후 변호인과 함께 경찰에 나오기로 확약했으며 경찰은 이때 둘을 체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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