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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 후보자는 23일 오후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통해 여가부 장관 후보자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고를 받은 이재명 대통령은 아무 말 없이 사의를 수용했다고 한다. 강 전 후보자는 사퇴 의사를 밝힌 지 1시간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여기까지였던 것 같다”며 “큰 채찍 감사히 받아들여 성찰하며 살아가겠다”고 썼다.
현역 국회의원인 강 전 후보자는 자신의 국회 보좌진에게 비데 수리, 쓰레기 분리수거 등 사적 심부름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여성단체들도 정부에 강 전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최근에 성균관대 겸임교수로 일하던 시절 정치 활동 때문에 무단 결강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권에선 전날까지만 해도 결국 강 전 후보자가 임명될 것이란 분위기였다. 전날 이 대통령은 국회에 24일까지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강 전 후보자가 버틴다면 이 대통령은 25일부터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여가부 장관을 임명할 수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강 전 후보자를 엄호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여론이 차갑게 식으면서 여당에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조원씨앤아이가 19~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강 후보자에 대해 응답자 중 60.2%가 ‘부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적합하다’는 응답자는 32.2%였다. 이 조사에서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2주 전 62.6%에서 60.7%로 하락했는데 강 전 후보자 등 인사 논란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날 친이재명계 핵심이자 차기 민주당 당권주자인 박찬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결정해야 한다”며 “강선우 후보자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종용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재명 정부 인선과 관련해서 국민의 관심이 높고 일부 인사에 대해서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인수위 없이 출범하다 보니 인사 검증 시스템 등 국민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여당 지도부로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넘지 못한 건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강 전 후보자가 두 번째다. 강 전 후보자는 장관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중도 낙마하는 현역 의원이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대통령실 “인사 검증에 조속·엄정함 갖추겠다”
강 후보자마저 낙마하면서 대통령실은 인사 검증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이·강 전 후보자와 강준욱 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등이 잇달아 논란에 휩싸이면서 대통령실은 인사 실패라는 비판을 받았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통령인 “국민 여론과 함께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인사 검증 절차에 조속함과 함께 엄정함을 조금 더 갖추겠다”고 말했다. 새 여가부 장관 후보자 지명이 인사 검증 시스템 강화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역시 자당 소속 현역 의원인 강 전 후보자를 무리하게 감쌌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박상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본인이 결단한 부분을 존중하는 게 후보자에 대한, 함께 고락해왔던 의원과 당에 대한 예의일 것”이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보좌진 처우 개선에 대해 “보좌진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보좌진에 대한 갑질 논란에 “모든 의원들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한 여러 의원들이 있을 텐데 지도부나 당 소속 의원들이 연대해서 이번 기회에 마음이 상했을 보좌진들을 위로하고, 진솔한 사과를 하고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