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이는 지난 17일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 첫 공식 외부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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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의 이날 출국은 미국의 한국 상호관세 발효를 사흘 앞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회장이 직접 ‘구원투수’로 나서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와 인공지능(AI) 칩 기술 협력 등을 한국 측 협상 카드로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전날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22조8000억원 규모의 ‘역대급’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해 관심을 모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이번 한미 관세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을 통해 테슬라의 차세대 AI 칩인 AI6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인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하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기조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지난 24일 이재명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한 직후 미국행에 오르는 것이어서 이같은 관측에 더 힘이 실린다. 이 대통령은 1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15일 구광모 LG그룹 회장, 21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22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도 만났다.
이즈음을 전후해 대미 관세 문제를 푸는데 있어 ‘기업인 특사’가 필요하다는 관측들이 나왔다. 한국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정책 카드보다 주요 대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고용 확대 계획이 더 효과가 클 것이라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상호관세 외에 다음달 발효가 예고된 반도체 품목관세 역시 미국 내 투자 확대 논리를 바탕으로 완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에 앞서 김동관 부회장은 이미 워싱턴DC로 출국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제안한 조선 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추진을 돕기 위해서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뉴욕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자택에서 마스가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미국 측은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마스가 프로젝트의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추가 투자와 기술 이전, 인력 양성 등 조선업 협력 방안을 정부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 김 부회장 등 주요 기업인들은 오는 31일 워싱턴DC에서 열릴 마지막 담판을 적극 지원할 게 유력하다. 트럼프 대통령 일행과 함께 스코틀랜드에 갔던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다시 워싱턴DC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두 인사는 러트닉 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쫓으며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